[DESK COLUMN] 로리 맥길로이의 눈물

  • 등록 2025.04.28 13: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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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맥길로이가 저스틴 로저와 연장전에서 이기고 난 뒤 그린에 무릎을 꿇고 앉아 눈물을 흘리며 포효하고 있다.   왼쪽에 두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고개를 푹 숙인 저스틴 로즈의 모습과 대조적이다.  사진: 마스터스 토너먼트 누리집 캡처

 

 

감격에 겨워 흘리는 눈물은 누가 봐도 찡하다. 로리 맥길로이(36·북아일랜드)의 눈물이 그랬다. 그는 마스터스에서 우승하고 난 다음 그린에 무릎을 꿇고 오열했다.

 

지난 4월 14일(한국시간) 끝난 제89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다. 그린 주변에 둘러앉았던 수많은 갤러리들은 일제히 일어서서 그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그의 눈물의 의미를 알기 때문이다.

 

맥길로이는 누구보다 마스터스 우승이 간절했다. 하긴 어느 누가 마스터스 우승을 바라지 않겠는가. 그러나 맥길로이는 사연이 특별했다. 그는 일찍이 골프 세계 4대 메이저 대회 중 마스터스만 빼고 3개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2011년 US오픈을 시작으로 이듬해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2014년엔 디 오픈까지 정상에 올랐다. 이해 그는 PGA챔피언십에서도 다시 우승했다. 마스터스만 우승하면 4대 메이저 대회를 제패하는 것이다.

 

하지만 마스터스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디 오픈 우승 이후 10년 간 마스터스에 도전했지만 그는 실패했다. 세계 최고의 골프대회. 마스터스는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골프 선수라면 마스터스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 할 만큼 권위가 있는 대회다.

 

오거스타 내셔널이란 최고의 골프장에서 열리는 최고의 대회, 그게 마스터스다. 그런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로리 맥길로이로선 아무리 승수를 많이 쌓아도 허전하고 만족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한때 마스터스 우승을 위해 이혼을 고려한다는 소문까지 났다. 그 소문이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큼 그는 마스터스 우승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필생의 과업과도 같았다.

 

여느 때처럼 4월은 왔고, 마스터스는 개막했다. 마스터스는 매년 4월에 열린다. 올해 마스터스는 그에게 각별했다. 이제 더 이상 우승을 미룰 수가 없는 시점이다.

 

30대 중반인 그에게 마냥 우승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해 한해 지날수록 우승 확률은 낮아진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젊을 때 우승을 해야 한다.

 

때마침 그의 우승을 예고한 듯한 일도 있었다. 본 경기가 개막하기 하루 전날 펼쳐진 파3 콘테스트에서 그의 다섯 살 난 딸 포피가 6m 정도 되는 거리에서 퍼터로 툭 건드린 볼이 내리막 경사를 타고 굴러가다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갔다.

 

이날 로리 맥길로이와 함께 경기했던 세인 로리(38·아일랜드)는 박수를 치며 기뻐했고, 맥길로이는 두 손을 번쩍 쳐들고 좋아했다. 수많은 관중들도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맥길로이는 이번 대회에서 대회 마지막 날 전반 월등한 기량으로 앞서갔다. 같은 조에서 경기를 펼쳤던 브라이슨 디샘보(32·미국)는 맥길로이의 기세에 눌린 듯 했다.

 

둘 다 10언더파로 출발했으나 전반 9개 홀이 끝난 뒤 맥길로이는 13언더파, 디샘보는 9언더파로 4타 차가 났다.

 

맥길로이는 결국 18홀이 끝난 뒤 저스틴 로즈(45·잉글랜드)와 연장전을 벌여 그를 이겼다. 11년간 기다려 온 마스터스 우승, 커리어 그랜드 슬램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맥길로이는 자신의 퍼터를 머리 위로 집어 던지고 그린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눈물을 흘렸다. 10년, 아니 11년 묵은 체증이 한순간에 내려간 듯 보였다. 갤러리들은 우레같은 함성을 지르며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잠시 후 그는 일어서서 그의 캐디, 해리 다이아몬드와 뜨거운 포옹을 했다. 7살 때 동네 골프장에서 만나 선수 생활하며 함께 성장해 8년째 그의 곁을 지킨 캐디다.

 

맥길로이는 골프 역사상 여섯 번째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선수가 됐다. 진 사라센(1935년), 벤 호건(1953년), 게리 플레이어(1965년), 잭 니클라우스(1966년), 타이거 우즈(2000년)에 이어서다. 타이거 우즈 이후 25년 만이다. 이제 그는 골프 역사의 한 페이지를 당당하게 썼다.

 

“절대 꿈을 포기하지 마. 절대, 절대 포기하지 마. 계속 돌아와서 열심히 노력해.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어. 사랑해”

 

그가 우승 후 가진 인터뷰에서 딸 포피에게 한 얘기다. 아니 딸에게만 한 얘기는 아닐 것이다.

우리 모두는 어쩌면 그 얘기처럼 꿈을 절대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노력하면 꿈을 이룰 것이다.

 

로리 맥길로이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

 

김대진 편집국장

김대진 기자 djkim987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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