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기획] 멈춘 약속, 멈춘 행정 – 구례군 민선 8기 공약 점검 ③

  • 등록 2025.06.08 21: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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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약은 왜 실패했는가, 구조는 무엇을 가리고 있었나?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공약은 개인의 약속이 아니다. 행정 시스템이 움직여야 하고, 관료조직이 따라야 하며, 재정과 절차가 뒷받침돼야 한다. 민선 8기 구례군이 출범하면서 내건 수십 개의 공약은 결국 대부분 ‘계획’에 머물렀고, 일부는 아예 사라졌다. 하지만 "안 됐다"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공약의 실패는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행정 구조의 실패이기 때문이다.

 

구례군은 지난 3년 동안 공약 추진 상황을 공식적으로 정리한 보고서를 한 차례도 외부에 공유하지 않았다. 어떤 공약이 실행됐고, 어떤 공약이 보류됐으며, 어떤 공약은 아예 폐기됐는지에 대한 리스트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내부에서 '추진 중'이라는 설명은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 흔적조차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상권 르네상스’ 사업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공모사업에 응모했다는 말이 있었지만, 결과 발표 이후 어떤 피드백도 없었다. 담당부서도 결과 공유를 꺼렸고, 실패 이후 구체적 보완 대책도 없었다. 정책은 실패할 수 있다. 하지만 실패한 정책이 왜 실패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행정이다.

 

‘나루장터’ 역시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처음엔 기대를 모았다. 농촌형 직거래장터로 구례만의 특산물 유통을 돕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비전은 지역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후 행정의 추진력은 급격히 식었고, 어느 순간 ‘없던 일’이 됐다. 관련 예산은 축소됐고, 프로젝트는 사라졌다. 이후 설명은 없었다.

 

중요한 건 공약의 실현 여부보다, 그 과정을 어떻게 관리하고 공유했느냐다. 구례군 행정은 공약 하나하나를 사업화하고 시스템 속에서 관리해나가는 구조적 노력이 부족했다. 공약은 출마 당시 선전물이 아니라, 군정의 지도다. 실패하더라도 군민에게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책적 교훈으로 삼는 것이야말로 지역 행정의 최소한의 책임이다.

 

이제는 구례군 행정의 구조를 되짚어야 할 때다.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사전 타당성 조사, 추진 체계, 부서 간 협조 구조, 중간 점검 체계, 실패 시 브리핑 매뉴얼까지도 정비돼야 한다.

 

‘계획은 있었으나 실행은 없었다’는 비판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계획을 실행 가능성 있게 만드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김정훈 기자 jhk71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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