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미국의 대중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통제가 오히려 화웨이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황 CEO는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경제전문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기술은 그들보다 한 세대 앞서 있다"면서도 "미국이 중국 시장에서 빠지면 화웨이가 중국뿐 아니라 다른 시장까지 장악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2년 이후 미국 정부는 대중국 반도체 수출 제한을 본격 시행하며 중국 기업들의 첨단 AI 반도체 확보를 차단해왔다. 이에 맞서 중국 정부는 화웨이 등 자국 기업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AI 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황 CEO의 발언은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의 입장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런 CEO는 최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칩은 아직 미국보다 한 세대 뒤처져 있다"며 "미국이 우리의 성과를 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평가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는 여전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화웨이의 AI 칩 '어센드' 사용이 미국 수출 규제 위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런 CEO의 이 같은 발언도 이를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황 CEO는 AI 생태계의 글로벌 협력을 강조하며 "전 세계 AI 연구자 중 절반을 포기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에 모든 AI 개발자가 몰리면 결국 중국의 기술 스택이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이라며, 미국이 단기적인 수출 통제 조치의 장기적 파장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중 간 관세 및 무역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수출 제한 조치는 주요 협상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미국 백악관은 중국 유학생 비자 취소를 경고하며 핵심 기술 분야 전공 학생들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중국은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무역 협상 정신에 어긋난다고 반발하고 있다.
황 CEO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트럼프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으며 전략을 갖고 있다"면서 "그를 신뢰하고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럽을 순방 중인 황 CEO는 프랑스의 AI 성장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에너지와 함께 AI 역시 프랑스가 수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분야"라며, "장기적으로 AI가 각국 GDP 규모에 맞먹는 가치를 창출할 것이며, 유럽연합(EU) 역시 AI 분야에서 거대한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