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중동 지역 긴장 완화를 시사하는 이란과 이스라엘 간 휴전 모색 보도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이상 하락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브렌트유 7월물은 전 거래일 대비 1.35% 내린 배럴당 73.2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물도 1.66% 떨어진 71.77달러로 마감했다.
유가 하락의 직접적 배경은 이란이 중재국들을 통해 이스라엘과의 휴전을 타진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였다. 로이터는 이란과 중동 지역 외교 소식통 5명을 인용해, 이란이 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오만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이스라엘에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이란은 자국 핵 프로그램과 관련한 협상에서 유연한 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란의 휴전 의지를 보도한 바 있다.
이번 소식은 원유 공급 차질 우려를 크게 누그러뜨리며 시장 심리를 안정시켰다. 미즈호증권의 로버트 야거 애널리스트는 “양측의 폭격이 더 넓은 지역 전쟁으로 확산돼 에너지 인프라를 위협할 수 있다는 시장의 불안이 진정되면서, 투기적 자금이 일부 이탈했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는 불과 사흘 전인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폭격 소식에 하루 새 7% 넘게 급등한 바 있다. 그러나 금요일 급등 이후 기술적으로 과매수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커머디티콘텍스트 창립자 로리 존스턴은 “목·금요일의 급등은 투기 자금 유입에 따른 과매수 상태를 초래했으며, 이로 인해 시장은 급격한 자금 이탈에 더욱 취약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이날 이스라엘과 이란 간 상호 공습이 발생했지만, 주요 원유 수출 시설은 타격을 받지 않았다. 야거 애널리스트는 “이스라엘이 아직 이란의 주요 원유 수출 거점인 카르그섬을 건드리지 않았다. 그것이 핵심”이라며 “만약 카르그섬이 공격을 받는다면 유가는 단숨에 배럴당 9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닉스캐피털그룹의 해리 칠링기리안 리서치 총괄도 “이번 충돌이 에너지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가 핵심”이라며 “현재까지는 생산과 수출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이란도 호르무즈 해협의 유류 운송을 차단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의 약 20%인 하루 1,800만~1,900만 배럴이 통과하는 핵심 해상 수송로다. 최근 해당 해역에서는 전자 교란으로 선박 항해 시스템이 영향을 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편,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이란은 하루 약 33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며, 이 중 200만 배럴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OPEC+ 산유국들이 보유한 여유 생산량이 대체로 이란의 생산량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