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석유업계 경영진들이 에너지 공급망 위기에 대한 우려를 잇따라 표명하고 나섰다.

17일(현지시간)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쉘(Shell), 토탈에너지스(TotalEnergies) 등 주요 에너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가 글로벌 에너지 공급과 가격에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와엘 사완 쉘 CEO는 “지난 96시간은 매우 우려스러웠다”며 “이제는 지역 차원을 넘어 세계 에너지 시스템 전체가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쉘이 중동 지역 내 자산 운영과 원유 수송에서 “상당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며, “앞으로 며칠, 몇 주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파트릭 푸야네 토탈에너지스 CEO도 “우리는 중동에서 가장 큰 국제 석유회사”라며, “추가 공격이 석유 시설을 겨냥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단순한 안전 이슈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에너지 기업 엔퀘스트(EnQuest)의 암자드 브세이수 CEO는 2025년을 “변동성의 해”로 규정하며 “거의 매일 새로운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은 분명히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끔찍한 갈등이 조속히 끝나는 것이 시장 전체에 바람직하다”면서도, “단기적으론 공급 여력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지난 13일 이란의 군사 및 핵시설을 기습 공격한 뒤, 양국 간 충돌은 5일째 계속되고 있다. 일부 석유 및 가스 시설이 공격받았지만, 현재까지 주요 에너지 인프라에는 큰 피해가 없고, 원유 수송에도 큰 차질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란은 무조건 항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긴장이 격화될 경우, 이란이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날 국제유가는 약 2% 상승했다.
이미 일부 선박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협 통과가 중단될 경우, 에너지 가격과 해운 비용이 급등하고 공급 지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란이 해협을 실질적으로 봉쇄할 가능성은 낮다는 견해도 있다. 물리적으로 해협을 차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