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유주언 기자 | 법원이 고려아연 박기덕 대표의 '영풍 주식 의결권 제한' 조치에 제동을 걸었다. 채권 가압류 이의신청 사건에서 법원은 영풍 측 손을 들어주며, 박 대표의 행위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 “영풍의 권리 보호 필요성 소명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8일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가 영풍을 상대로 제기한 채권 가압류 이의 사건에서 “채권자인 영풍의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이뤄졌다”며 박 대표의 주장을 일부 기각했다. 이는 영풍 측이 주장한 박 대표의 ‘의결권 제한’ 조치가 불법일 수 있다는 판단에 무게를 실은 첫 번째 법적 결정이다.
'상호주' 악용한 주총 장악, 법정서 도마 위
문제의 발단은 지난 1월 23일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총이었다. 박 대표는 당시 의장 자격으로 영풍이 보유한 의결권을 제한하고, 호주 자회사 SMC를 동원해 '상호주 구조'를 형성, 사실상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무력화한 채 주총을 강행했다. 이에 반발한 영풍은 박 대표의 급여채권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하며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대표이사로서의 책무 방기”… 영풍, 박 대표 책임 끝까지 묻겠다
이번 법원의 판단에 대해 영풍 측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영풍 관계자는 “법원이 박기덕 대표의 불법적인 경영권 방어 시도를 인정한 것으로 고무적인 결과”라며, “개인 경영권 유지를 위해 회사와 주주를 희생시키는 행태에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려아연의 건전한 지배구조 회복을 위해 끝까지 법적 대응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법원의 결정은 단순한 가압류 사건을 넘어, 상법상 의결권 제한의 정당성을 따지는 중대한 이정표로 해석된다. ‘상호주’라는 구조를 동원해 최대주주의 권리를 봉쇄하고, 주총을 사실상 사유화한 행위에 제동을 건 것이다. 법은 결국 ‘대표이사의 충실의무’와 ‘주주 평등의 원칙’을 외면한 오너 리스크에 일침을 가한 셈이다. 향후 본안 소송에서도 박 대표의 책임이 구체화될 경우, 고려아연의 경영 전반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