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지주사 전환 철회…상법 개정이 가른 승계 시나리오

  • 등록 2025.07.03 07: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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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빙그레가 지난해 말 추진했던 지주사 전환 계획을 돌연 철회한 배경에 '상법 개정안'이라는 변수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것으로 보인다. 김호연 회장을 정점으로 한 오너 3세 승계 시나리오의 핵심 축이었던 인적분할 계획이 ‘꼼수 승계’라는 비판 여론과 법적 리스크 부담 앞에 좌초된 것이다.

 

 

당초 빙그레는 작년 11월, 회사를 지주회사인 ‘빙그레홀딩스’(존속법인)와 사업회사 ‘빙그레’(신설법인)로 인적분할하고,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통해 지주사가 사업회사 지분을 확보하는 구조를 계획했다. 이를 통해 김호연 회장(지분 36.8%)과 세 자녀가 지분 100%를 보유한 물류계열사 ‘제때’가 지주사를 매개로 그룹 전반의 지배력을 확보하는 시나리오가 예상됐다.

 

그러나 문제는 구조 자체였다. 분할 이후 해태아이스크림과 해외판매법인 등 주요 수익 사업이 지주사인 존속회사로 편입되는 반면, 신설된 사업회사 빙그레는 실질적으로 외형과 내실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오너일가의 승계 명분을 위한 구조조정이라는 비판이 거세졌고, 시장도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결정적으로 작용한 건 상법 개정안이었다. 해당 법안은 이사의 책임 범위를 확대하고, 주주가 직접 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 계획을 이사회에서 의결하며 찬성표를 던졌던 김 회장 본인이 사내이사로 책임 추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적 부담이 커졌다는 해석이다. 빙그레는 올해 1월 분할 철회를 공식화하면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의 명확성”과 “사업 방향 가시화 이후 재검토”를 이유로 들었다.

 

그룹 승계 구도에도 제동이 걸렸다. 핵심 승계 통로로 여겨졌던 계열사 ‘제때’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빙그레와의 내부거래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상법 개정 이후 주주권 보호 장치와 외부 감사의 견제 기능이 강화되는 만큼, 향후 유사한 기업 분할이나 유상증자 시도는 더욱 높은 투명성과 정당성을 요구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김호연 회장이 올해 70세로 사실상 승계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상법 개정 이후에는 무리한 분할이나 유증을 통한 지배력 승계가 더는 쉽지 않다”며 “빙그레는 승계 구도 전반을 재설계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고 말했다.

 

지주사 전환 철회는 단순한 전략 수정이 아닌, 시대 변화에 따른 지배구조 투명성 요구와 법적 책임 강화 흐름 속에서 오너일가가 직면한 현실적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강매화 기자 maehwa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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