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태 칼럼] 녹아내린 ‘폭염 한계선’, 8월의 골프장도 예외가 아니다

  • 등록 2025.07.30 15:3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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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117년 만에 가장 뜨거운 7월을 보내면서 폭염의 한계선이 무너지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7월 초에 경기 파주, 광명(자동 기상관측 장비(AWS)에 광명 40.2℃)에서 40℃를 돌파했다. 국내 기상 관측 이래 처음이다. 서울도 이날 37.7℃로 19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여름 폭염의 특징은

폭염의 사전적 정의는 단순한 더위가 아닌 극심한 

더위를 뜻한다.

심한 경우 죽을 수도 있는 더위이다. 올해 일찍 시작된 폭염의 열기가 차곡차곡 쌓이면서 한반도를 달구고 있다. 올여름 한반도 폭염은 7월 초에 사상 첫 ‘낮 40도 돌파’, ‘초열대야 지속(밤 최저기온 30℃ 이상)’되는 것이 특징이다.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나라 상공에 두 겹의 ‘공기 이불’을 덮은 가운데,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뜨거워진 동풍(東風)의 영향으로 가장 뜨거운 7월을 보냈다. 8월도 예외가 아니다. 근대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00년대 초부터 우리나라는 아무리 더워도 ‘낮 40℃’와 ‘초열대야’는 발생하지 않았다.

역대 최고 기온은 2018년 8월 1일 강원 홍천의 41℃였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半島) 지형이 원인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온난화 여파로 대기와 해수면 온도가 동반 상승하면서 한반도에 들어오는 공기 자체가 ‘열풍’이 되면서 이 안전선이 깨진 것이다. 앞으로 지구 온난화로 대기 온도가 계속 상승하면 온실효과가 커지며 ‘극한 폭염’을 막아주던 한계선도 무너지고 지금보다 더 뜨거운 여름, 더한 폭염으로 8월을 보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25년 우리나라 여름 동남아의 태국·베트남보다 더 덥다

계속되는 폭염으로 우리나라 낮 최고 기온이 아열대 

기후인 동남아시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가 오지 않는 ‘마른장마’와 동쪽에서 불어오는 열풍의 영향으로 불볕더위와 열대야로 인해 7월 초 대구 최고 기온의 평균값은 35.6℃로 같은 기간 태국 방콕(34.2℃)보다 높았다. 강릉과 광주도 낮 최고 기온이 각각 34.5℃, 34.3℃까지 올라 방콕보다 더 무더웠다. 캄보디아 프놈펜(33.6℃),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33.1℃), 베트남 호찌민(32.8도)도 한국보다 최고 기온이 낮았다. 이러한 폭염으로 5월초~7월초 일사·열사병·열실신 등 더위손상으로 응급실은 찾은 환자는 1,357명, 사망자 9명으로 작년에 비해 온열질환은 2.8배, 사망자는 3배로 급증하였다.

 

올해는 유독 골프장에서 폭염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7월 9일 경기도 00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기던 50대 남성(56세)이 라운드 도중 쓰러져 병원으로 급히 이송되었다. 일사병(heat exhaustion) 진단을 받은 그는 전반 5번 홀 그린에서 퍼팅 중 갑자기 쓰러졌다.

이날 최고 기온이 38℃에 육박하는 날씨에 이 골퍼가 골프장 측에 ‘날씨가 너무 덥다’며 ‘취소를 요청했지만 골프장 측이 이를 무시해 이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골프장은 나무 그늘이 적어 햇볕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골프장으로 소문이 나 있다. 이날은 전국적으로 38℃를 육박하면서 많은 더위 질환자가 속출하는 상황이었다.

7월 10일에도 평택의 OO골프장에서 캐디 김모(39세) 씨가 쓰러져 119 구급대로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고도 있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전날 야간 라운드까지 마치고 열대야로 잠까지 설친 그는 다음날 1부에 다시 편성되어 후반 9홀 라운드 도중 페어웨이에 쓰려진 것이다. 오전 12시 낮 최고 기온은 39℃의 무더운 날씨로 일사병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7월 12일 토요일 경기도 OO체력단련장에서 부모와 함께 가족 라운드를 즐기다 아버지 김모(72세) 씨가 열사병(heat stroke)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같은 날 오후 춘천의 OO골프장에서 라운드 중이던 박모(62세) 씨가 근육 마비 증상을 동반하는 열경련(heat cramp)으로 119 구급대로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고도 있었다.

 이날 경기도 OO골프장에서 필자의 앞팀 골퍼(70대)가 더위로 인한 증상인 창백한 얼굴(일사병 추정)로 병원으로 이송되는 것을 목격하기도 하였다. 대부분 시니어 골퍼들로 새벽 일찍 기상하여 수면이 부족한 상태에서 운동을 즐기다 사고를 당한 것이다.

폭염으로 많은 땀을 흘리면서 체력 저하를 이기지 못해 쓰러진 것이다. 한낮 기온 38℃에 습도가 80%, 잔디에서 뿜어내는 높은 습기에 장시간 신체가 노출되어 땀을 많이 흘리면 탈수로 전해질 불균형 등 여러 가지 생리적 불균형으로 결국 쓰러지면서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면과 가까울수록 체감 온도는 더 높다. 특히 수분이 가득한 페어웨이 잔디는 위험하다

폭염을 대하는 골퍼가 느끼는 ‘체감 더위’는 신체 조건이나 환경 등에 따라 달라진다. 

폭염으로 인한 열은 햇빛이 머리 위로 내리쬐는 일사(日射)와 땅바닥 또는 잔디에서 반사돼 나오는 복사(輻射)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라운드에서 느끼는 체감 온도는 잔디에서 나오는 복사열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골프장 잔디는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생육이 쇠퇴한다. 대기온도 55℃ 이상, 지상부 온도 32℃, 토양온도 25℃ 이상이면 뿌리의 생장이 멈춘다.

생육이 정지된 잔디는 땅바닥의 높은 지열을 순화, 정화시키는 능력을 잃는다. 이런 고온에서 라운드를 할 때 잔디에서 올라오는 복사열을 골퍼가 고스란히 받기 때문에 더위에 더 취약한 것이다. 결국 습도가 높은 페어웨이 잔디 위 운동은 땀을 더 많이 흘리게 하고 과도한 땀의 배출은 전해질 고갈로 인해 몸의 균형이 깨져 경련이 일어나거나 일사·열사병의 원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잔디와 가까울수록 더위에 더 취약하다. 폭염 땐 잔디에서 1m까지를 ‘공포의 높이’라 한다. 이는 복사열의 영향이 미치는 구간(도표 참조)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한낮 섭씨 36℃에서 반려동물(높이 20~35cm)과 함께 산책을 하면 동물이 느끼는 체감 온도는 49~51℃ 수준이다. 동물이 훨씬 더 더위에 약한 것이다. 아스팔트 길에서 동물이 발바닥 화상을 입는 것도 지면에서 반사되는 복사열이 원인이다.

골프 라운드 도중 가장 많이 쓰러지는 곳은 단연 그린에서다. 그린에서 라이를 볼 때(앉은키 높이 약 50㎝ 정도)로 체감은 46~48℃에 달한다. 특히 시니어 골퍼들은 젊은 골퍼보다 땀샘이 적어 땀 배출이 잘 안 되고 체온조절 기능도 떨어지기 때문에 잔디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에 더 취약하다. 결국 열을 밖으로 배출하지 못하는 열사병은 심한 경우 사망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더위 질환의 유형과 주요한 증상이란

한낮의 뜨거운 태양에 장시간 노출되면 나타나는 두통과 어지러움, 피로감을 호소하는 질환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일사병 증상이다. 열탈진이라고 부르는 일사병은 체온이 38~40℃까지 올라 두통, 구토, 어지러움이 나타나지만 대부분은 의식을 잃지는 않기 때문에 그늘진 곳으로 옮기고 빨리 체온을 낮추고 물을 마시도록 하면 큰 위험 없이 회복할 수 질환이다.

폭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무서운 질환은 열사병이다. 열사병은 발생 빈도는 크게 높지 않지만 발생하면 뇌졸중의 위험과 같은 질병이다. 체온 조절 중추가 일시적인 손상으로 땀을 흘리지 않아 결국 체온이 40℃ 이상 올라가면 의식을 잃는다. 현장에서 조금만 방치해도 치명적인 손상을 입으며 결국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더위 질환자 대부분은 시니어 골퍼들이며 페어웨이 도는 그린에서 주로 발생한다. 시니어 골퍼들은 체온이 올라가도 땀 배출이 잘 안되고 탈수가 와도 인지가 늦기 때문에 열탈진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주의를 가지도록 한다. 라운드 도중 계속해서 물을 마시도록 하고 특히 페어웨이를 걸어가거나 그린에서 앉아서 라이를 볼 때 잔디 지열에 취약하기에 웬만한 거리 정도라면 동반자들이 편하게 컨시드(concede)'를 주는 것도 더위를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다.

 

더위 질환자가 발생하면 즉시 몸에 물 뿌려 체온부터 낮추고 그늘집(클럽하우스)이송

폭염 속에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체온이 39℃ 

이상 오르고, 두통이나 어지럼증을 호소하거나, 의식이 흐려지고, 땀이 멈추며 피부가 건조해지고, 호흡이 빨라지는 등의 증상을 보이면 급성 더위 질환으로 열사병을 의심한다. 이때는 즉시 체온을 떨어뜨리는 응급 처치를 해야 한다.

 

동반자(환자)가 말을 할 정도라면 즉시 몸애 물을 뿌려 체온부터 낮추도록 한다. 그리고 그늘집이나 클럽하우스로 옮기고 에어컨 등으로 더위를 식히도록 한다. 옷을 느슨하게 풀어주고, 찬 물수건이나 부채·선풍기로 체온을 신속히 낮춰야 한다. 얼음주머니가 있다면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에 대는 게 좋다. 환자가 의식이 있는 경우, 시원한 물이나 이온 음료를 천천히 마시게 한다. 환자가 구토를 하거나, 의식이 흐리면, 무리하게 수분을 마시게 하지 말아야 한다.

 

동반자(환자)가 의식(혼미, 몽롱)이 없거나 대화가 불가능할 경우에는 지체없이 119 구급대에 신고하여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송하도록 한다. 더위 질환에 동반자가 확인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의식의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다. 의식이 없는 열사병은 자율신경계가 무너져 체온조절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상태이므로, 단순히 물을 마시거나 휴식을 취하는 것만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즉시 체온을 낮추면서 119 구급차를 이용하여 가까운 의료기관으로 옮기도록 한다.

더위 질환을 예방하려면 햇빛이 강한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라운드를 피하는 게 좋다. 부득이한 라운드라면 충분한 수면과 함께 수분을 충분히 보충해야 한다. 라운드 도중에는 골프 우산과 챙이 넓은 모자를 착용하고, 밝은 색의 가벼운 옷(반바지 등)을 입도록 한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더위질환, 건강한 골퍼에게는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폭염도 건강한 사람에게는 큰 문제가 없다. 건강이 의심스럽거나 체력이 허약한 시니어 골퍼들은 새벽 라운드와 라운드 전 음주는 가능하면 피하고 충분한 수면으로 체력을 보충하도록 한다. 몸이 건강하지 못한 고령층, 체중조절을 위해 음식 섭취량을 줄이는 다이어터들, 몸에 꽉 끼이는 골프복을 입은 여성 골퍼들은 더운 여름철 장시간 땡볕에서의 라운드는 피하도록 한다. 여름철의 대표적인 더위 질환인 열경련(heat cramp)이나 일사병((heat stroke)은 큰 문제가 되지 않으나 열사병(heat exhaustion)은 사망에도 이를 수 있기에 더욱 주의하여아 한다.

 

폭염 열대야는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다.

여름은 그저 현명하게 감내해야할 계절일 뿐이다. 더위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고 충분한 영양 섭취와 함께 꾸준하게 운동은 하는 것이다.

골프장도 폭염 대비에도 적극 노력하여야 한다. 폭우 또는 낙뢰 등의 기상 악화로 인해 라운드를 하기 어려운 경우에만 적용되었던 홀별 정산 시스템을 폭염에도 적용하도록 한다. 여주의 OO골프장은 35℃ 넘을 때는 골퍼들이 너무 더워서 라운드가 곤란하다고 요청하면, 상황에 따라 홀별 정산을 적용하고 있다. 국내 골프장으로서는 처음 시도하는 것으로 세계적으로도 드문 경우이다. 이에 따라 골프장도 골퍼도 폭염에 대하는 태도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폭염의 고통을 잘 이겨내면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눈앞이다

골프의 계절은 봄이 아니라 단연 가을이다. 어느 계절이든 새로운 계절은 언제나 기대되지만 가혹하리 만큼 무더운 폭염과 장마의 습한 날들을 견디다보면 선선하고 쾌적한 가을을 유독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폭염, 열대야, 장마 이런 혹서기 더위가 없었다면 가을이 반갑지도 않을 것이다. 

 

빚을 내서라도 골프를 친다는 가을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라운드를 즐겨도 질리지 않는 계절,

사방에서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

가을 일출이 주는 떠오르는 태양의 힘찬 기운,

라운드 도중 바라본 일몰의 핏빛같은 붉은 노을,

청명한 하늘을 붉게 물들인 빛의 파편은 가을에만 볼 수 있는 것.

 

땀으로 얼룩진 폭염, 장마도 견뎠고 아직 열대야가 가시지 않았지만 가을을 기다리는 중요한 이유는 가을은 골프의 완성(자신의 느낌)이라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계절이기 때문일 것이다.

‘가을 밭에 가면 가난한 친정에 가는 것보다 낫다.’, ‘갈바람에 곡식이 혀를 빼물고 자란다.’ 는 속담이 암시하듯 바쁜 계절, 결실의 계절로 골프를 완성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는 여름을 잘 견뎌야 오는 축복이기도 하다.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 없다. 그것은 바로 뜨거운 여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원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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