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인천 미추1구역 재개발 조합장 해임 총회가 열린다. 결과가 해임이든 유임이든 그 자체가 핵심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여기까지 사태를 끌고 온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그 책임자가 지금도 자리를 지키며 사태를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공사 라인건설은 해임 총회를 앞두고 “조합장 해임 시 공사 중단”을 공식화했다. 이는 단순한 우려 표명이 아니다. 공문과 현수막으로 ‘조건부 공사 중단’을 조합원들에게 알렸고, 그 여파로 현장은 긴장감에 휩싸였다.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4개월 뒤면 들어가야 할 집이 다시 공사 중단 위기에 놓이는 셈이다. 작년에도 라인건설은 공사비 인상을 관철하기 위해 사업을 멈췄다. 이번에는 정치적 사안에까지 개입해, 조합 운영의 한쪽 편을 노골적으로 들고 있다. 파트너로서의 책임감보다 압박자로서의 영향력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시공사만을 탓하고 끝낼 문제도 아니다. 이번 해임안 발의 배경에는 조합장의 독단적 운영과 신뢰 상실이 있다. 특히 공사비 증액은 조합이 조합원의 사전 승인 없이 시공사에 통보한 뒤, 이달 24일 임시총회에서 형식적으로 승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절차 무시는 조합 민주주의의 기본을 무시한 처사이며, 결과적으로 시공사의 압박 명분을 제공한 셈이다.
더 심각한 것은 감독 권한이 있는 미추홀구청의 태도다. 본지가 이번 사안에 대해 공식 질의를 했지만, 조합장과 구청 모두 답변을 거부했다. 이는 단순한 언론 무응답이 아니라 조합원과 시민의 알 권리를 외면한 행정방기다. 공공사업에서 행정기관이 최소한의 조정자 역할조차 하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전가된다.
오늘 해임 총회는 단순히 한 명의 조합장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이 사업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조합원들이 집단적으로 답하는 과정이다. 공공성을 앞세운 재개발이 정작 조합원들에게 불안과 부담만 안긴다면, 그 책임은 결과와 무관하게 물어야 한다. 라인건설이든 현집행부든, 조합원들의 신뢰를 훼손한 주체들은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면책될 수 없다. 책임은 사퇴일 수도, 손해배상일 수도, 공공사업에서의 퇴출일 수도 있다.
조합원들이 바라는 것은 화려한 홍보 문구가 아니다. 멈추지 않는 공사, 늘어나지 않는 분담금, 투명한 회계, 주민 뜻을 존중하는 운영, 그 단순한 상식이다. 지금 조합원들은 또다시 ‘공사 중단’이라는 위협 앞에 서 있다. 이 위협은 단순히 일정 지연 문제가 아니라, 금융이자 부담과 생활 불안, 법적 분쟁까지 동반할 수 있는 폭탄이다.
오늘 총회장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미추1구역은 이미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시공사의 협박, 조합의 독단, 관할관청의 방조가 결합하면, 공공사업도 민간 이익의 도구로 전락한다는 사실이다.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오늘 총회장에서 협박과 침묵에 묻히지 않기를 바란다. 그 애절한 바람마저 짓밟힌다면, 미추1구역의 입주는 신뢰의 폐허 위에서 맞이하게 될 것이다.
문채형 뉴스룸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