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순천시청의 요즘 풍경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라면 이거다.
“말은 없는데 분위기는 다 말하고 있다.”
공직자 7명이 공로연수를 신청할 예정이라는 소문이 번지면서 시청 전체가 흔들린다.
확정도 아니다. 발표도 없다. 그렇지만 내부 공기는 이미 ‘정리된 사실’처럼 경직돼 있다.
설명 없는 빈칸을 소문이 메우는 중이다.
담당과는 “개인정보라 말할 수 없다. 그렇게 알고 있다”는 모호한 답만 남겼다. 이 애매한 한 줄이 오히려 불을 붙였다. ‘숨기는 게 있다’는 해석은 설명보다 늘 빠르다.
익명을 요구한 직원은 말했다. “이번 건… 자의 반, 타의 반이라는 말이 많습니다.” 짧지만, 뼈가 있다. 이 상황의 본질은 설명보다 이런 한 줄에 담긴다.
여기에 이번 흐름을 더 뒤틀어 놓는 분위기도 있다. 지금 시청에서는 두 갈래의 해석이 공존한다.
하나는 “미리 스스로 나가는 사람들”이라는 말. 다른 하나는 “혹시 모를 강압이나, 나이가 차서 밀려 나가는 사람들”이라는 시선.
누구는 대비 차원에서 미리 나가는 것으로 보고, 누구는 보이지 않는 압력이라고 본다. 같은 상황을 두고 이렇게 서로 다른 해석이 난무하는 현실, 그 자체가 조직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행정사무감사 타이밍과 맞물리며 “감사 지적이 정리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말까지 붙는다.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럴 법하다’는 분위기가 이미 조직을 덮었다는 점이다.
요즘 가장 많이 떠도는 말은 더 노골적이다. “내년 선거 앞두고 사람 심는 거 아니냐.” 누가 처음 이 말을 꺼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미 ‘사실처럼’ 시청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다.
조직이 흔들리는 건 소문 때문이 아니다. 설명이 없기 때문이다. 침묵은 때론 가장 적극적인 신호가 된다.
책상은 그대로인데 사람들 마음만 흔들린다. 회의 끝난 뒤 웃음소리가 사라졌고, 복도에서는 시선이 먼저 오간다. 누구인지 모르지만, 모두가 “아,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조직은 가장 위험한 국면에 들어간다.
지금 순천시 공직사회는 완벽한 좌불안석이다. 책상에 앉아도 등이 편치 않고, 누가 문만 열어도 가슴부터 튄다. 말은 아껴도 표정은 모든 걸 말한다.
기자수첩은 사건이 아니라 공기의 방향을 기록한다. 그리고 지금 순천시청의 공기는 단 한 방향으로 흐른다. 사실보다 소문이 앞서고, 설명보다 침묵이 길어지고, 인사보다 불안이 먼저 자리 잡았다.
뒤숭숭한 순천시. 좌불안석인 공직사회. 그리고 이유 없이 조용한 시청.
이 조용함이 오래 갈 턱이 없다. 조직은 한 박자 늦게 반응하지만, 소문은 늘 두 박자 먼저 움직인다. 지금 순천시는 그 두 박자에 끌려가고 있다.
지금 벌어지는 일은 순천시 공직사회의 한 단면을 풍자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말 몇 줄에 시청 전체가 흔들리고, 그 흔들린 조직은 어느새 풍전등화처럼 위태로운 중심 위에 서 있다.
진화를 시도하기도 전에 누군가는 이미 불에 기름을 붓는 형국을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늘 그렇듯, 그 기름은 공식 발표가 아니라 복도에서 흘러나온 작은 속삭임 하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