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호남 지역 중견 건설사인 광신종합건설(회장 이경노)이 하도급사 대영건업(대표 이대영)에 지급해야 할 약 4억7,468만 원의 공사대금을 2년째 미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대영건업은 부가가치세 납부조차 어려워졌고, 일용직 노동자 임금 체불 위기까지 닥쳐 사실상 존폐의 위기에 놓여 있다.
◇ 승인 내역 사후 공제·재입찰 강요…명백한 법 위반 의혹
대영건업은 계약 당시 설계 승인을 받은 시스템동바리와 외부비계를 정상적으로 시공했다. 하지만 공사 완료 후 광신건설은 기존 외부 쌍줄비계를 시스템비계로 변경하라고 요구하며, 이미 확정된 대금에서 해당 내역을 일방적으로 공제했다.
더욱이 공사 방식을 변경한 뒤 재입찰을 강요해 원가 절감을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법조계는 이러한 행위가 하도급법 제4조(부당한 대금 결정 금지), 제11조(계약 후 변경 제한), 제13조(대금 지급 지연 금지) 위반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특히 승인된 공사 내역에 대한 사후 대금 삭감은 ‘부당한 대금 결정’에 해당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직권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 “여긴 내 개인회사, 광주의 업체 다 망해도 나는 산다”
이 문제의 발언은 지난 4월, 미지급 대금을 받기 위해 대영건업 이대영 대표가 광신건설 본사를 찾아 이경노 회장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나왔다.
이 대표가 “부가세 납부와 임금 지급이 급박하다. 공사대금을 일부라도 먼저 지급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여긴 주식회사지만 내 개인회사다. 광주의 업체 다 망해도 나는 산다”고 말했다며 “그 말은 하도급사의 생존을 외면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며 “회장의 폭언과 심리적 압박으로 직원과 협력업체 모두 벼랑 끝에 몰렸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폭언과 경제적 압박은 하도급 거래에서 금지하는 ‘우월적 지위 남용’에 해당하며, 민사·형사상 책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 포스코이앤씨 사태와의 비교…“죽이는 방식만 다를 뿐”
최근 포스코이앤씨는 연이은 산재 사망 사고로 103개 현장을 전면 중단했고, 사장은 사퇴했다. 정부는 비상경영 체제와 강력 제재를 지시했다.
광신건설 사태는 방식만 다를 뿐 심각성은 다르지 않다. 노동자를 ‘죽이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적으로 ‘생매장’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본질은 같다. 산업재해가 ‘안전’ 문제라면 이번 사건은 ‘생존권’ 문제다.
그러나 하도급대금 미지급과 갑질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관리·감독은 여전히 허술하다. 이번 사건에서는 △미지급 대금을 담보로 한 압박 △승인 공사 내역 사후 공제 △공사 방식 강제 변경 △폭언과 위협 병행 등 불공정 관행이 한꺼번에 드러났다.
이 같은 행태가 방치된다면 단순한 금전 분쟁을 넘어 건설산업 전반의 신뢰와 법치가 붕괴될 위험이 크다. 감독 당국의 무대응은 ‘갑질해도 괜찮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할 우려가 있다.
◇ 절박한 호소에도 묵묵부답
대영건업 이대영 대표는 “직원들과 밤낮없이 공사를 완수했지만, 임금 체불과 세금 미납으로 회사가 무너질 위기”라며 인건비 선지급을 간절히 호소하는 편지를 이경노 회장에게 보냈다. 그러나 회장은 끝내 답하지 않았다.
그는 “죽는 것보다 사는 것이 더 어렵다. 한강대교에 가기 직전 마지막으로 언론에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 본지, 광신건설에 공식 질의…‘갑질 시리즈’ 예고
본지는 현재 광신건설 측에 공식 질의서를 발송한 상태다. 답변이 도착하는 즉시 광신건설의 입장을 반영해 ‘건설업계 갑질’ 시리즈 두 번째 편을 신속히 보도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하도급대금 미지급, 부당 공제, 불공정 계약, 노동자 피해 사례를 꾸준히 취재할 계획으로 광신건설로 부터 피해를 입은 하도급 업체의 제보를 기다린다.
이번 사태는 한 중소 하도급업체 대표의 절박한 생존 투쟁과 그 뒤에 숨은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갑질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제는 제도적 대책과 감독 당국의 단호한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