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삶, 늙지 않게 사는 것이 인간의 꿈이다
중국 천하를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제(秦始皇帝)는 영원한 삶을 갈망하고 불로장생을 꿈꾸며 신하 서복(徐福)에게 노화를 멈추는 불로초(不老草)를 찾아오라고 황명을 내렸다. 서복은 젊은 남녀 3,000명을 거느리고 세상을 떠돌았는데, 그중 한 곳인 탐라국의 영주산(오늘날 제주 한라산)까지 불로초를 구하러 왔다.(제주도 유형문화재 제3호 연북정 편 언급)
인간의 영원한 삶의 갈망은 실현되지 않았다. 그러나 늙지 않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은 진시황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
8월 둘째 주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한낮 여주의 군(軍) 골프장 OOO체력단련장에서 네 명의 회원들이 라운드를 하고 있었다. 이날은 마침 원로 회원의 날이었다. 모두가 80세(이중 최고령자는 89세, 예비역 소장) 이상으로 필자의 軍 대선배였다. 반바지 차림에 최신형 고가 드라이브를 들고 젊음(?)을 과시했다.
후배 골퍼들에게는이렇게 살아야 저속노화를 이룰 수 있음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선배들은 필자의 앞 팀으로 카트를 이용하지 않고, “걸음은 빠르게, 샷은 느리게”를 실천하고 있었다. 앞·뒷팀을 배려하는 매너, 경쾌한 템포의 걸음걸이, 동반자들과 함께하는 유쾌한 웃음소리, 골프장과 캐디를 대하는 태도 등으로 봐선 말 그대로 멋쟁이 액티브 시니어들이었다.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 은퇴 후에도 사회, 여가, 소비 활동에 활발하게 참여하며 스스로 삶을 설계해나가는 시니어 층, 과거 ‘노인’ 이미지와 거리가 먼, 젊은 감성과 강한 자기 주도성을 가진 세대)들은 사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저속노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저속노화(Slow Aging)’는 행복노화이다
저속노화란 겉모습만 젊게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균형있게 관리하여 고품격 삶의 질을 오래동안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건강한 식단, 적당한 운동, 질병 예방 기술 등을 활용하여 가급적 천천히, 건강하게 늙어가는 것이다. 늙고, 병들고 그래서 결국은 죽어가는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노화와 질병은 한순간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습관에 의해 만들어 진다.
내재역량(WHO에서 제시한 개념으로 개인이 얼마나 건강하게 나이가 들고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을 지키는 4가지 삶의 기둥으로 나에게 중요한 것(What Matters), 이동성(Mobility), 마음건강(Mentation), 건강과 질병(Medical issues). 이것은 운동으로 이루어지는 건강지표, 질병 유무 뿐만 아니라 적절한 휴식, 마음 관리, 인생 목표, 자기 효능감 등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요소를 고려한 개념이다. 즉, 지금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인지하는 것이다.
단순히 골프 열심히 치고, 잘 자고,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즐길 수 있는 감각적 즐거움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욕심을 줄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면 즐거움의 크기는 늘어난다. 결국, 장수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행복한 삶이란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속노화의 반대는 가속노화(加速老化)다
신체 기능의 노쇠화를 속도로 나타낸 생물학적 개념으로 숫자 나이보다 생물학적 나이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을 ‘가속노화’라 한다.
최근 노화시계라는 도구가 개발되어 사람의 생물학적 나이를 분자생물학적으로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숫자 나이보다 더 높은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할 수 있거나 반대로 나이에 비해 젊다는 것을 측정할 수 도 있다.
이러한 노화 속도를 결정하는 원인은 크게 3가지다. 첫째와 둘째는 인간의 영역에서 벗어난 시간과 유전자로 이것을 우리는 편리하게 ‘팔자'라고 한다. 각자의 운명은 사람의 능력을 벗어났다는 생각을 한다. 비관적인 일이거나 낙관적인 일들이 닥쳐도 그저 ’팔자소관‘이라면서 순응한다. 셋째는 후생유전학적으로 노화의 가장 큰 요인을 차지한다. 이 요인에 따라 어떻게 나이가 들어가는지, 자신의 삶이 저속노화인지 가속노화인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골프의 걷기는 시간이 아니라 강도, 매일 15분 이상 빠르게 걷기, 사망 위험 19% 감소
매일 15분 정도 계단을 오르거나 빠른 속도로 걷는 사람은 사망 위험을 19% 가까이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라운드 중 느리게 걷는 사람은 사망 위험이 3% 줄어드는데 그쳤다. 천천히 걷는 걸음은 운동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저속노화를 위해 얼마나 걸어야 할까?
하루 1만 보 걷기를 상식으로 알고 있지만 굳이 1만 보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하루 4,400보를 걷는 70대 여성은 2.700보 미만을 걷는 여성에 비해 40%나 조기 사망 위험(하버드 의과대학 아이민 교수팀의 연구 결과)이 낮아졌다. 걷기 운동의 긍정적 효과는 7,500보를 기준으로 더 증가하지는 않았다. 1만 보라는 숫자에 집착하는 것보다 단 15분이라도 빠르게 걷는 것이 장기적으로 사망 위험을 줄이는 것이다.
시간으로 따지면 하루에 30분씩만 걸어도 중분하다는 것이다. 골프 라운드 중 빨리 걷는 것이 효과가 가장 좋다. 출·퇴근 시간에도 도착지의 한 정거장 전에 내려서 빠르게 걷거나 저녁 식사 후 간단한 산책도 빠르게 걸으면 저속노화에 도움이 된다.
걷기운동은 인간에게 필수다. 골프에서 걷기란 많은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 빠르게 걸으면 효과가 더 좋다.
걷기는 △사망 위험 감소 △심장병 및 뇌졸중 위험 감소 △고혈압 및 당뇨병 위험 감소 △비만 위험 감소 △우울증 및 치매 위험 감소 △인지 기능 및 수면의 질 향상 △ 8가지 암 위험 감소(유방암, 대장암, 방광암, 자궁내막암, 식도암, 신장암, 폐암, 위암)에 효과가 있다.
미국심장협회(AHA) 연구 결과에 따르면, 걷기의 심혈관 관련 위험요소 감소율은 뛰기를 상회한다. 3만 3,060명은 뛰기를, 1만 5,045명은 걷기를 시행한 결과, 뛰기는 심장질환 위험을 4.5% 줄인 반면, 걷기는 9.3%까지 줄였다. 걸음도 빠른 걸음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한국인의 최대 위기는 '가속노화'다
가속노화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저속노화를 생활화해야 한다. 요즘 한국의 중년들은 굵고 짧게 살겠다는 생각으로 가속노화 라이프 스타일로 생활하면서 일찍부터 질병과 노화를 경험하게 된다. 우리가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불필요한 자극을 줄이고 조금 더 많이 몸을 움직이여야 한다. 나아가 마음건강을 챙기고, 숙면을 취하면 장기적으로는 미래의 내재역량을 충만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골프의 목표도 ‘싱글 핸디캡 골퍼(Single-Handicapped Golfer)’, ‘엄청난 장타(Incredible Longest)’로 설정하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그 목표를 이루면 성취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실패하면 욕구 불만으로 스트레스가 쌓이고 가속노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인간의 기대수명 100세 가능할까
인간의 기대 수명은 계속 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을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100세 인간) 시대라고도 한다. 그러나 과연 오래도록 '젊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가능하다. 건강 관리가 미래를 위한 확실한 투자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어떻게 건강하게 나이 들 것인가’는 이제 세대와 관계없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지금 ‘저속노화’의 열풍으로 가득차 있다. 이 열풍을 20~30대 젊은 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즐기면서 건강을 챙기자”라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와 맞물려 ‘저속노화’는 건강에 관심이 있는 젊은 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액티브 시니어들도 비거리가 줄어드는 것을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보완해줄 방법만 터득하면 60, 70이 넘어도 얼마든지 에이지 슈터(Age shooter: 자신의 나이 이하로 기록한 골프 타수)도 가능하고 30~40대와 대결해도 버텨낼 수 있다. 60대가 30대를 이길 수 있는 스포츠가 골프 아닌가.
올해 84세(1941년생)인 세계 제일의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는 최근 "이제 쉴 때가 되지 않았느냐?"라는 질문에 '쉬면 늙는다(If I rest, I rust)' 바쁜 마음(busy mind)이 건강한 마음 (healthy mind )이라고 하였다. 그는 저속노화의 세계적인 모델이다.
통계에 따르면 1971년 이후에 출생한 사람은 특별한 사고가 없는 한 100년을 산다.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웬만한 병으로는 사망하지 않는다. 암도 완치율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였기 때문이다.
필자가 존경하는 액티브 시니어 골퍼(83세)가 있다. 골프백에는 언제나 여분의 티와 마커, 그린 보수기를 휴대하면서 라운드를 즐긴다. 18홀 내내 재미있고 풍부한 골프 유머로 동반자는 물론 캐디까지 즐겁게 만든다.
싱글 핸디캡 골퍼지만 전반 9홀에서는 아무리 상대방이 백돌(100타수)이라도 골프에 대한 조언을 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단점 대신 장점을 찾아 칭찬한다. 그와 함께 골프를 하면 멀리건(mulligan)과 기브(Concede)가 없는데도 타수가 평소보다 5타는 줄어든다는 것이 동반자들의 한결같은 전언이다.
위대한 야외스포츠(The Great Outdoors)이자 유산소운동(Calorie Burn)의 최고봉인 골프를 마지막까지 즐길 수 있다면 가장 든든한 노후 자산을 보유(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노후자산이란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하는 비용이 질병 발생 후 드는 치료비보다 적다는 뜻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영화 ‘은교’의 명대사에 “젊음은 노력해서 얻은 상이 아니고, 늚음은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늚음은 피할 수 없지만 존엄은 선택할 수 있다. 늙고 아파서 힘을 잃는 것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한 인생의 마무리가 존엄하려면 스스로 자신에 대한 존경으로 그래도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 아닌 괜찮은 삶이었다고 살아보자. 품격은 평생의 습관에서 나온다는 생각으로 저속노화를 준비하는 것이다.
가을 골프를 즐기려면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타인들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운 골프 매너를 갖추는 것이 필수이다. 얼마 전 명문골프장을 방문하였을 때 클럽하우스 액자에 이런 글이 걸려있었다. "노년엔 로우 핸디 캡 골퍼보다 매너있는 골퍼가 환영받는다". 매너 골프의 기본은 안전하고 배려하는 골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