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유럽 반도체 갈등 ‘불똥’…넥스페리아 사태에 완성차 업계 ‘비상등’

  • 등록 2025.10.17 07: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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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네덜란드 정부의 중국계 반도체업체 넥스페리아 인수에 중국이 보복성 수출 통제로 맞서면서 유럽 자동차 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유럽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반도체 공급 중단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태는 네덜란드 정부가 ‘상품 가용성 법’을 사상 처음으로 발동해 중국 윙텍테크놀로지의 자회사 넥스페리아의 경영권을 인수한 데서 비롯됐다. 네덜란드는 국가 안보와 필수 품목 확보를 이유로 들었지만, 중국은 자국 내 넥스페리아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의 수출을 즉각 차단하며 반발했다.

 

윙텍테크놀로지는 지난해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으로, 그 여파가 자회사 넥스페리아에도 미쳤다. 이에 네덜란드 정부가 ‘공급망 안전’을 명분으로 개입했지만, 중국은 이를 서방의 기술 견제 행보로 간주하고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태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여파가 유럽으로 확산되는 단면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최근 유럽연합(EU)의 전기차 반덤핑 관세 부과에 맞서 전기차·배터리 수출 규제를 강화했고, 희토류 수출 제한 카드까지 꺼냈다. 반면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로 맞대응하며 갈등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넥스페리아는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지 않지만, 자동차 산업의 필수 부품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차량 한 대당 수백 개의 넥스페리아 칩이 탑재되며, 스위치·조향장치 등 기본 기능 제어에 쓰인다. 지난해 매출은 20억6천만 달러로, 그중 60% 이상이 자동차 부문에서 발생했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넥스페리아의 중국 내 생산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한 달 내로 부품 공급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폭스바겐은 주요 부품 공급망 점검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으며, “현재 생산에 직접적 영향은 없지만 잠재 리스크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 보쉬 역시 “영향 최소화를 위한 대응책을 마련 중”이라고 전했다.

 

독일 반도체업체 인피니언은 “넥스페리아 고객사들로부터 대체 공급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업계 전반의 불안 심리를 전했다. 하지만 폭스바겐, 보쉬 등 주요 기업이 실제로 대체 공급망을 확보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넥스페리아는 고객사에 보낸 서한에서 이번 중국의 수출 통제를 ‘불가항력’으로 간주하며, 중국 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수출 제한 면제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는 업계의 넥스페리아 칩 재고가 “불과 몇 주치만 남았다”며 “조속한 정치적 해결이 없으면 유럽 내 자동차 생산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독일 전기·전자산업협회(ZVEI) 역시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글로벌 자동차 생산의 상당 부분이 멈출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강매화 기자 maehwa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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