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이창희 기자 | 2026년은 화려한 원색 대신 편안한 '쉼'의 색이 일상을 채울 전망이다. 글로벌 색채 권위 기관 팬톤(Pantone)은 12일 서울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런칭 행사를 열고, 2026년 올해의 컬러로 '클라우드 댄서(Cloud Dancer, PANTONE 11-4201)'를 발표했다.

팬톤이 제안한 '클라우드 댄서'는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가벼움과 고요함을 담은 화이트 톤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단순한 색상 발표를 넘어, 삼성전자, 어도비(Adobe), 엑스라이트(X-Rite)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참여해 이 색상을 완벽하게 구현하고 활용하는 기술적 방법론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비움'의 미학…디지털 과부하 시대의 해독제

로리 프레스먼(Laurie Pressman) 팬톤 색채연구소 부사장은 기조연설에서 현대 사회를 "소음과 상충하는 메시지의 소란한 합창"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클라우드 댄서는 외부 자극을 덜어내고 내면에 집중하게 돕는 '빈 캔버스'와 같다"며 "새로운 시작을 위한 명료함과 심리적 안정을 주는 색"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팬데믹 이후 '리셋'과 '변환'을 거쳐온 트렌드의 연장선으로, 화려한 과시보다는 본질과 휴식에 집중하는 '콰이어트 럭셔리(Quiet Luxury)'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삼성전자·어도비, 최첨단 기술로 '색의 감동' 전달

이번 행사에서 특히 주목받은 것은 '색을 보여주는 창'인 디스플레이와 '색을 만드는 도구'인 소프트웨어 기술의 진화였다.

삼성전자 최신우 화질랩장은 "우리말에 '빨갛다', '새빨갛다', '불그스름하다' 등 다양한 표현이 있듯, 미세한 색의 차이를 구현하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라며 삼성 TV의 기술력을 소개했다. 최 랩장은 "삼성의 마이크로 LED 기술은 머리카락보다 얇은 초미세 입자로 빛과 색을 스스로 낸다"며 "팬톤이 정의한 '클라우드 댄서'의 섬세한 뉘앙스를 왜곡 없이 정확하게 표현해 창작자의 의도를 그대로 전달한다"고 강조했다.

어도비 신이수 솔루션 컨설턴트는 생성형 AI '파이어플라이(Firefly)'를 통해 디자인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과정을 시연했다. 신 컨설턴트는 "이제는 텍스트 프롬프트만으로 '클라우드 댄서' 색감을 입힌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기존 영상의 계절과 조명을 순식간에 바꿀 수 있다"며 "AI는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디자이너의 상상력을 돕는 강력한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트렌드 선도하는 역동적 시장"

팬톤은 이번 런칭 행사를 통해 한국 시장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테런스 램(Terence Lam) 팬톤 커머셜 부분 부사장은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디자인과 문화 트렌드를 이끄는 역동적인 시장"이라며 "한국의 브랜드와 크리에이터들이 '클라우드 댄서'를 통해 혁신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팬톤은 앞으로 모토로라의 신형 스마트폰 '엣지 70', 조이버드의 가구 컬렉션 등 다양한 파트너사 제품을 통해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클라우드 댄서'의 평온함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