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군, 분산에너지특구 날개 달았다… 솔라시도 ‘첨단기업 블루칩’ 부상

  • 등록 2025.11.05 19: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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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남군, 분산에너지특구 지정으로 지역 에너지 혁신 가속화
- 솔라시도 기업도시, 국가AI컴퓨팅센터 유치 확정 에너지 중심지로 도약
- 해남·영암 지역, 마이크로그리드와 ESS로 재생에너지 시장 최적화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해남군이 전남 분산에너지특구 최종 지정 소식에 활기를 띠고 있다.

 

5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김성환 장관 주재로 개최한 에너지위원회에서 전남·제주·부산 강서·경기 의왕 등 4곳을 특구로 확정하면서, 해남군이 구상해온 ‘에너지 신도시’ 청사진이 한층 선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특구 지정은 제도 하나 더 얻은 정도가 아니라, 지역 전력 판도 자체가 뒤집히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해 시행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은 말 그대로 “전기도 로컬 시대”를 선언한 셈이다.

 

발전과 판매 겸업을 허용하는 특례가 적용되며, 지역 안에서 전력을 사고파는 직접거래와 개성 있는 요금제 실험까지 문이 열렸다. 이제 해남군은 ‘전력 실험장’이 아니라, 전력으로 돈 버는 신경제 모델을 제시하는 테스트베드로 격상이 됐다.

 

핵심은 ‘지산지소(地産地消) 에너지 시스템’이다. 먼 데서 전기를 끌어오느라 송전선로에 땀 뺄 필요 없이, 필요한 곳 옆에서 바로 만들어 쓰는 방식이다. 전기를 “산 곳에서 바로 먹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송전선 추가 건설 문제, 출력 제한, 전력 낭비 등 그동안 전남의 발목을 잡아온 숙제들을 한 번에 덜어낼 수 있고, 지역 간 전력 불균형도 자연스럽게 완화된다. 밤마다 휴대폰에 “출력 제한 안내” 알림이 뜨던 태양광 발전사업자 입장에서는, 오랜 갈증 끝에 얼음 동동 시원한 물 한 잔을 마신 느낌에 가깝다.

 

전남은 태양광 보급률 전국 1위지만, 정작 “전기 쓸 길이 없다”는 모순에 시달려왔다. 매년 수천억 원 규모 전력이 그냥 허공으로 날아가는 현실. 심지어 지역에서는 “해남 태양광은 공짜여도 못 쓴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돌았다.

이 판을 뒤집을 비장의 카드가 바로 해남·영암권이다. 태양광 발전소가 촘촘하게 박혀 있는 이 지역에, 전력을 한입에 먹어치울 ‘에너지 대식가’ 데이터센터를 앉히겠다는 전략이다. 만들자마자 쓰는 구조로 바꾸면 전력 낭비는 줄고, 지역 경제는 커지고, 전력 생태계는 살아난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반 마이크로그리드를 결합하면? 전력 생산·저장·소비가 실시간으로 자동 조율되는, 말 그대로 “전기가 똑똑한 도시”가 된다.

 

ESS(에너지저장장치) 확충도 빼놓을 수 없다. 전남 배전망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무려 99.6%. 낮에는 태양광 전기가 넘쳐 흐르고, 밤엔 모자라는 ‘극과 극’ 현상이 반복됐다. ESS를 촘촘히 심어두면, 한낮에 남은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다. “해남은 밤에도 태양광 전기로 살 수 있다”는 말이 더 이상 과장이 아니라, 현실 시나리오가 되고 있다.

 

흥미로운 건, 이번 분산특구 지정이 해남군의 또 다른 ‘판짜기’솔라시도 기업도시와 맞물리면서 시너지가 극대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솔라시도에는 2조5천억 원 규모 국가AI컴퓨팅센터 유치가 사실상 굳어졌고, 오픈AI–SK그룹 AI데이터센터도 유력 후보지로 떠올랐다. “AI기업은 전기 먹는 하마”라는 표현이 있을 만큼 전력 소모가 엄청난데, 해남은 이제 “전기가 싸고, 안정적이고, RE100 조건까지 갖춘 지역”이라는 철옹성급 경쟁력을 챙겼다.

 

솔라시도는 2030년까지 5.4GW급 태양광 단지, 송·배전망, 초대형 ESS단지, 전용 변전소를 갖춘 ‘재생에너지 허브터미널’ 구축을 추진 중이다. 쉽게 들리게 정리하면, 이 도시는 “전기를 생산하는 공장, 전기를 저장하는 창고, 전기가 흐르는 전용 도로”까지 풀세트로 갖춘 에너지 특화도시다. AI데이터센터, 반도체, 바이오, 전력 연구기관 등 전기를 많이 먹는 기업 입장에서는 ‘입지 끝판왕’이 따로 없다.

더 흥미로운 대목은, 해남군이 이미 RE100 시대를 대비해 기업 맞춤형 에너지 공급 설계도를 꾸준히 그려왔다는 사실이다. 군 내부에서는 “이번 지정은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딱 들어간 순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국 수십 개 지자체가 데이터센터 유치전에 뛰어든 가운데, 해남군이 ‘에너지 무기’를 손에 쥐고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간 형국이다.

 

명현관 해남군수는 “특구 지정으로 에너지 신도시 조성이 한층 구체화됐고, 글로벌 기업 유치에 탄력이 달렸다”며 “정부, 전남도, 박지원 국회의원과 정교하게 손발을 맞춰 투자가 해남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행정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지정은 해남군이 ‘전력을 남기는 지역’에서 ‘전력으로 돈을 버는 지역’으로 바뀌는 전환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산업, 인구, 일자리, 기술… 모든 축이 해남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건, “해남이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과감하게, 그리고 얼마나 똑똑하게 이 기회를 붙잡느냐”다.

 
김정훈 기자 jhk71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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