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광주 북구청이 구청장의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여성 간부 공무원들을 백댄서로 참여시킨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가 들끓고 있다.
형식적인 퍼포먼스 논란을 넘어, 이들이 해당 일정을 ‘공무 출장’으로 처리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공직기강 해이와 성인지 감수성 부재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6일 광주 북구 동강대 운동장에서 열린 ‘KBS 전국노래자랑–광주 북구편’ 녹화 현장에서 문인 북구청장은 트로트 곡 ‘보약 같은 친구’를 부르며 무대에 올랐다. 이 자리에는 국·과장급 여성 간부 8명이 가발과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백댄서로 나서 현장 분위기를 띄웠다. 주민들의 환호와 웃음이 이어졌지만, 일부 관람객은 “공무원들이 근무시간에 춤추는 게 적절하냐”는 반응을 보였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출장 처리 내역이었다. 한 간부는 ‘전국노래자랑 녹화 행사 참석’을 사유로 오전에 출장 결재를 받고 오후 4시 복귀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간부는 오후 일정으로 출장 결재를 올렸다. 북구청의 출장비 규정에 따르면, 관용차를 사용하지 않은 출장의 경우 4시간 미만 1만 원, 4시간 이상 2만 원의 여비가 지급된다.
북구 관계자는 “아직 실제 지급은 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행정 절차상 출장 결재 자체가 이미 이뤄졌다는 점에서 복무규정 위반 소지가 제기된다.
공무원 복무규정 제10조는 ‘정규 근무지 외에서 공무를 수행할 때는 사적 용무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적 해석상, ‘공연 참여’는 직무 수행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것이 행정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달성 북구의회 의원은 “이미 3년 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데, 공직기강 확립의 필요성이 지적됐었다”며 “이번엔 출장 결재까지 있었다면 단순 해프닝으로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또한 무대에 오른 인원이 모두 여성 간부였다는 점도 논란에 불을 붙였다. 손혜진 북구의원은 “자발적 참여라 하더라도 젠더 감수성이 부족한 행동이었다”며 “조직 내 위계 구조 속에서 ‘자발적’이 얼마나 자유로웠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 역시 “여성 간부들만 무대에 선 장면은 주민 눈에 가볍게 보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이 커지자 북구청은 13일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북구청은 “이번 행사는 북구를 알리고 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한 공식 행사로, 단체장 무대 참여 요청을 받아 노래를 부른 것”이라며 “해당 무대는 방송에 송출되지 않고, 순수한 지역 축제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무대에 선 간부 공무원들은 지시나 요청이 아닌 자발적 참여였고, 성별이나 직급을 특정하거나 강요한 사실은 없다”며 “여성 간부만 참여하게 된 부분에 대해서는 우려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출장 처리에 대해서는 “개별 판단에 따른 것이며, 사전 연습이나 출장비 지급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역 정치권과 공직사회에서는 “공무 수행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 전형적인 사례”라는 비판이 잇따른다. 한 전직 자치단체 간부는 “주민 축제 참여가 행정의 일환이라면 그 방식은 공적인 품격을 유지해야 한다”며 “지자체장이 중심이 된 예능식 무대는 행정 신뢰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이번 논란은 공직사회의 기강과 인식 수준을 돌아보게 한 사건으로, 향후 북구청이 어떤 후속 조치를 내놓을지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