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강기정 광주시장이 26일 시정연설을 통해 내놓은 2026년도 예산안은 숫자를 나열한 수준을 넘어, 도시의 체질을 다시 짜겠다는 흐름이 짙게 배어 있었다.‘민주도시’라는 정체성 위에 ‘부강한 도시’라는 또 하나의 축을 세우겠다는 선언은 광주가 더 이상 상징과 기억에만 기대지 않고, 실질적인 변화로 나아가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이번 예산안은 총 7조 6,823억 원. 규모 자체보다 눈길을 끄는 건 그 안에 담긴 방향성이다. 강 시장이 직접 강조한 네 갈래 전략, 민생·성장·돌봄·기후는 그동안 도시가 축적해온 에너지와 AI 기반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면서도, 생활 가까이 있는 불편과 부담을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맞물려 있다.
지역경제 활력 회복을 위한 정책자금 지원부터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광주상생카드 확대, 산단 근로자 복지 개선 등은 경기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현장을 직접 겨냥한 흐름이다.여기에 청년 월세 지원, 일경험드림, 구직수당 등은 체감 가능한 정책들로 구성돼 ‘삶을 바로 바꾸는 재정’이라는 기조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성장 전략도 한층 힘이 붙었다. AX실증밸리를 비롯해 AI모빌리티신도시 구상, 전장부품 플랫폼, 배전망 테스트베드 등은 광주가 ‘AI·미래차 도시’라는 두 축을 본격적으로 굳히려는 시도다. 그린스타트업타운 준공과 창업기업지원센터 운영도 창업 흐름을 실제 산업 규모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RISE 체계와 글로컬대학 육성은 대학과 산업 현장을 촘촘히 엮으며 인재의 도시로 전환하려는 흐름이다.
돌봄 분야는 광주가 지속적으로 밀어온 ‘광주다움 통합돌봄’을 더 넓히는 구조다. 심야 어린이병원 확대, 달빛어린이병원 확충, 출생가정 상생카드, 산모신생아 지원, 손자녀 돌보미 등은 가정의 돌봄 부담을 덜어 일상을 지지하는 기반을 강화한다. 고령층·장애인·청소년까지 이어지는 지원체계도 더욱 촘촘해진다.
기후 투자는 도시의 방향 전환을 분명히 한다. 저류시설, 재해위험지구 정비 같은 안전 중심 투자는 물론, G-패스를 통한 친환경 교통문화 확산, 걷기·자전거 중심 도시 설계 등은 광주가 ‘기후위기 대응 도시’로 자리 잡으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도시철도 2호선 건설, 고속도로 확장, 주요 도로 선형개량 등 교통 인프라 구축도 균형 발전을 뒷받침한다.
시정연설에 담긴 문장처럼, 광주가 지켜온 민주주의의 가치를 시민 삶의 변화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는 이제 정책과 예산의 형태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26년도 예산안은 그 흐름의 첫 단추를 꿰는 작업에 가깝다. “준비된 광주”라는 강기정 시장의 말처럼, 이 변화가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체감될지 지역사회가 시선을 모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