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전라남도의 농정 성적표가 공개되면서, 올 한 해 어떤 시군이 농업·농촌 현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흐름을 만들었는지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그 중심에는 해남군이 있었다. 전남도는 2025년 농정업무 종합평가 결과를 발표하며 “올해 농정 전반의 성과를 종합해 본 결과, 해남군이 모든 분야에서 안정적인 추진력을 보였다”고 밝혔다. 말 그대로 ‘전 분야 우수’라는 표현이 크게 과장되지 않는 평가였다.
이번 평가는 농업·농촌 활성화부터 친환경농업, 식량·원예 생산, 판로 확대, 녹색축산, 동물방역까지 총 6개 분야 31개 항목을 기준으로 삼는다. 지표만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농업인을 직접 지원한 정책의 실효성, 새롭게 도입한 시책의 추진력, 농업·축산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까지 폭넓게 살피는 평가여서 매년 시군 간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해남군은 특히 친환경농업 육성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냈다. 친환경농산물 인증 면적이 무려 4931㏊로 전남 1위를 기록했고, ‘땅끝햇살’ 브랜드쌀이 전남 10대 고품질 브랜드쌀 평가에서 대상을 받으며 시장에서의 신뢰까지 확보했다.
여기에 식량·원예작물 생산 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농식품 산업의 판로를 넓히며 지역 농업의 체질을 강화한 점도 대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농업·축산 분야가 넓고 깊은 해남에서 이러한 성과가 만들어졌다는 점이 평가의 핵심이다.
최우수상을 받은 영광군과 영암군도 만만치 않은 성적을 냈다. 영광군은 농촌인력중개 실적이 1만3000 명에 달했고, 억대 농업인 증가율이 10.8%로 눈에 띄었다. 사료작물 재배 확대, 녹색축산 기반 강화 등 농업·축산 전반을 촘촘히 챙긴 점이 높은 평가로 이어졌다.
영암군은 과수·채소 친환경 인증이 전년보다 28.6% 증가해 1위를 기록했고, 농기계임대사업과 마늘·양파 경작신고 100% 달성 등 현장 중심 행정이 돋보였다. 도 주관 농업인의 날 행사 개최도 영암군의 농정 추진력을 드러냈다.
구례군은 노력상을 수상했는데, 이 부문 역시 의미가 작지 않다. 지난해보다 무려 5개 시군을 앞서며 농정 성과를 빠르게 끌어올린 점이 높게 평가됐다. 비수상 시군 가운데 순위 상승 폭이 가장 컸다는 점에서 향후 구례군의 농정 발전 방향이 주목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세부 분야별 성적도 눈에 띈다.▶친환경농업 해남군(대상), 광양시(최우수), 신안·영암(우수)▶식량원예 고흥군(대상), 장성·강진(최우수), 해남·영암·영광(우수)▶농식품유통 해남군(대상), 나주·영광(최우수), 강진·곡성·영암·장성(우수), 완도(노력상)▶축산정책 영광군(대상), 해남·순천(최우수), 고흥·장성(우수), 나주·담양(장려)▶동물방역 함평군(대상), 나주·강진(최우수), 영광·진도·해남·장흥(우수)군이 우수를 각각 기록했다.
각 시군마다 강점이 뚜렷했고, 농업·축산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성적표였다.
전남도 강위원 경제부지사는 “기후변화, 디지털 전환 등 농정이 마주한 환경 변수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시군과 도가 긴밀하게 움직이며 농업인의 소득과 삶의 질을 지켜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평가는 농업을 ‘생산업’에 그치지 않고 지역 경제와 생활 전반을 움직이는 핵심 산업으로 바라보는 시군들의 노력을 확인한 자리였다. 그 흐름 속에서 올해 가장 빛난 이름은 해남군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