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전남–광주 행정통합 논의가 본격화되자, 전경선 전라남도의원이 “속도보다 제도”를 핵심 기준으로 제시했다. 통합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준비가 부족한 추진은 또 다른 지역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의식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전 의원은 14일 전라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남–광주 행정통합은 지방소멸 위기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면서도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를 겨루는 경쟁이 아니라, 실패를 막아줄 제도적 안전장치”라고 강조했다.
행정 차원에서는 통합 논의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지만, 주민들이 체감하는 분위기는 다르다는 점도 짚었다. 최근 현장에서 만난 도민들 사이에서는 통합 자체보다 ‘흡수 통합’으로 흐르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는 설명이다. 예산과 행정 인프라가 광주로 집중되면서 전남의 지역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는 걱정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통합을 거부하자는 목소리가 아니라, 논의가 제대로 작동하길 바라는 현장의 경고라는 해석이다.
전 의원은 특히 통합 논의가 성과 중심의 수치나 일정에만 매몰될 경우, 지역 간 격차가 오히려 굳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행정구역을 하나로 묶는다고 통합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주민의 삶과 지역의 경제 구조가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설계가 빠지면, 통합은 또 다른 불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 아래 전 의원은 통합 논의에 반드시 반영돼야 할 여섯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우선 통합 이후 전남 지역의 산업과 상권이 위축되지 않도록 지역경제 공동화 방지 장치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공입찰과 조달 과정에서 전남 지역 업체를 보호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고, 시·군 단위 공공사업에는 ‘지역 우선’ 원칙을 실질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행정 기반과 관련해서는 전남도청과 핵심 기능이 상징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권한과 역할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통해 명확히 해야 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아울러 국립목포대학교 의과대학 신설 문제는 행정통합과 분리해 독립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을 이유로 지역의 오랜 숙원 사업이 뒤로 밀리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사안의 성격에 맞는 책임 있는 결정과 추진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마지막으로 그는 통합 이후 예산과 권한이 광주에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재정 배분 구조와 권한 설계를 사전에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부분이 불분명할 경우, 통합은 상생이 아니라 갈등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 의원은 “진정한 통합은 행정의 속도가 아니라 주민의 신뢰에서 비롯된다”며 기자회견을 정리했다. 이어 도민의 희생을 전제로 하거나 지역경제의 약화를 외면한 방식의 통합에는 선을 그었다. 아울러 정부와 양 시·도가 현장에서 제기되는 목소리를 통합 논의의 주변부가 아닌 설계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며, 신중하고 책임 있는 접근을 거듭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