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순천이 전남·광주 행정·교육 통합 논의의 한복판에 섰다. 통합을 둘러싼 기대와 우려, 그리고 지역의 계산이 한자리에 모였다.
순천시는 전라남도와 함께 3일 순천문화예술회관에서 전남광주특별시 행정·교육 통합 도민 공청회를 열고, 통합 추진 방향과 지역별 역할을 놓고 시민들과 공개 토론에 나섰다. 행사장에는 노관규 순천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 김대중 전남교육감을 비롯해 시·도의원, 교육 관계자, 시민 등 1천여 명이 몰렸다.
공청회는 형식부터 ‘설명회’보다는 ‘검증대’에 가까웠다. 도와 교육청이 통합 구상을 설명하면, 시민들이 곧바로 질문을 던지는 구조였다. 발표와 토론이 반복되면서 현장의 분위기도 점점 뜨거워졌다.
질문은 대부분 ‘균형’에 모였다. 통합 이후 행정과 예산, 산업 기반이 전남 서부권과 광주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통합이 발전의 기회인지, 또 다른 쏠림의 시작인지 분명히 해달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특히 동부권을 대표하는 산업 전략 마련 요구가 집중됐다. 시민들은 RE100 반도체 국가산단의 순천 유치 필요성을 강조하며, “에너지·교통·물류 여건을 갖춘 동부권을 국가 산업 전략에서 소외시켜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정 문제도 빠지지 않았다. 동부권 재정 쿼터제 도입 요구와 함께, 통합 이후 예산 배분 구조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말로만 균형 발전을 외칠 게 아니라, 숫자로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전선 순천 구간 지하화 사업 역시 도마에 올랐다. 장기간 논의만 이어지는 상황에서, 전남도의 책임 있는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특별법에 포함되지 않은 국립의대 설립 특례조항에 대해서도 재반영 여부를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통합 논의의 방향을 ‘실익’에 맞췄다. 그는 “전남·광주 행정통합은 전남도청 이전에 버금가는 변화”라며 “구호나 명분이 아니라, 지역에 무엇이 남는지가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부권의 에너지와 산업 기반을 살린 RE100 국가산단을 중심으로 산업 구조를 다시 짜야 한다”며 “예산과 산업이 특정 지역에 쏠리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부터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록 지사와 김대중 교육감도 통합 이후 교육·산업·행정 협력 구조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지역별 배분 방안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번 공청회는 통합 논의가 ‘행정 간 협의’ 수준을 넘어, 지역 간 이해관계 조율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자리로 평가된다. 통합 찬반을 넘어, “어디에 무엇을 배치할 것인가”를 두고 본격적인 셈법이 시작됐다는 의미다.
순천시는 이번 공청회에서 수렴된 시민 의견을 전라남도와 전라남도교육청에 전달하고, 향후 행정·교육 통합 논의 과정에서 동부권 균형 발전 요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협력을 이어갈 방침이다.
전남도와 교육청 역시 지역 간 형평성과 역할 분담을 고려한 통합 추진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