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해외여행으로 적합한 곳을 찾아보니 동유럽의 크로아티아가 우선 떠올랐다. 크로아티아는 유럽의 ‘작은 보석’으로 불리며 세계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끄는 곳이다.
우리에게는 몇 년 전 방영된 ‘꽃보다 누나’에 소개되면서 인기 관광지가 되었다. 동유럽 여행하면 크로아티아가 우선 떠오를 정도로 패키지여행이나 자유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크로아티아는 ‘무엇을 해야 하는 곳이 아니라’ ‘그저 머물러도 좋은 곳’이다. 크로아티아는 도시마다 색깔이 다르다. 하지만 유난히 기억에 남는 것은 돌담과 붉은 지붕, 햇살에 빛나는 올리브 나무와 에메랄드빛 호수들이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들리는 것은 물소리였다. 폭포가 떨어지는 소리, 나무 사이를 흐르는 물의 속삭임, 그리고 나무 데크 위를 걷는 발소리까지 모두가 하나의 음악처럼 들렸다.
호수는 믿기지 않을 만큼 맑다. 햇빛에 비치면 물빛은 에메랄드색으로 변했다. 사람들은 말을 아끼고 천천히 걸었다. 자연이 만들어낸 이 황홀한 풍경 앞에 누구나 조용해질 수밖에 없었다.



데크 위를 걷다 보면 물 위를 떠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현실과 꿈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순간이었다. 여행은 때때로 장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속도를 바꾸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브로브니크의 성벽을 걸을 때 과연 시간의 흐름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드리해의 투명한 물빛이 수백 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땀방울을 식혀줄 짭짭한 바다 내음도 그대로 아니겠는가.



성벽 아래 골목을 걷다 보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좁은 계단 위에는 빨래가 걸려 있고 창문마다 작은 화분이 여행자의 눈길 끌었다.
스플리트에 도착했을 때, 도시는 조금 더 느긋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두브로브니크가 완성된 그림 같다면 스플리트는 아직도 그려지는 스케치 같았다. 과거와 현재가 아무렇지 않게 섞여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여행이란 새로운 것을 보는 일이기도 하지만, 잊고 지내던 감각을 되찾는 시간이기도 하다. 크로아티아 여행은 우리에게 잊었던 감각을 되찾게 해주는 시간을 듬뿍 안겨 주었다.

김용길 여행작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하고 대기업 홍보실을 거쳐 중앙일간지에서 카피라이터로 활동했다. 이후 편집회사 헤드컴을 운영하며 공공기관과 기업체 사보 등 수천 권을 제작했다. 현재는 광화문스토리란 닉네임으로 세계 여행기를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저서로는 강원도 문화유적 여행 가이드북, 강원도 관광 권역별 가이드북 발간, 평창동계올림픽 화보집 편찬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