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의 그 ‘놈’ 경제학

  • 등록 2026.04.12 16:42:47
크게보기

지이코노미 방제일 기자 |  영국의 시인 T. S. 엘리엇은 4월을 ‘잔인한 달’이라 표현했지만, 골퍼에게 4월은 전혀 다르다. 골프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4월은 오히려 ‘축복의 달’이다. 녹음이 짙은 잔디 위에서 마음껏 라운드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4월은 세계 최고의 골프 대회인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열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마스터스. 하지만 골프 에디터로서 한 가지 궁금증이 있었다. ‘매년 이 막대한 상금은 과연 어디에서 조달되는 것일까?’라는, 어쩌면 다소 단순한 의문이다. 패트론의 후원금과 입장 수익,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의 운영 수익, 그리고 보비 존스의 유산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한 세기 가까이 세계 최고 대회를 유지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기념품이 만들어내는 막대한 수익

포브스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마스터스는 기념품 판매만으로 약 6,9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이는 티켓이나 식음료 판매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하루 약 4만 명이 방문한다고 가정하면, 관람객 1인당 평균 246달러를 기념품에 지출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무엇을 구매할까?

 

 

마스터스에서만 만날 수 있는 그 ‘놈’

마스터스 기간 동안 오거스타 내셔널에서만 판매되는 기념품은 골프 팬들의 큰 관심사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은 2016년부터 매년 새로운 모습으로 출시되는 ‘놈(Gnome)’이다.

 

초기에는 모자를 쓴 캐릭터가 대표적이었지만, 최근에는 흰 수염을 기른 노인 형태의 놈이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 잡았다. 뾰족한 모자를 쓴 작은 요정 형상의 이 피규어는 액운을 막아준다는 의미도 있어 더욱 인기가 높다. 가격은 약 49.5달러로 비교적 합리적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 ‘놈’을 찾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재테크’다. 예를 들어 2019년 타이거 우즈의 우승 당시 판매된 놈은 리셀 시장에서 500달러 이상에 거래되기도 했다.

 

 

마스터스에서 벌어지는 두 개의 전쟁

매년 4월 둘째 주, 오거스타에서는 두 가지 ‘전쟁’이 벌어진다는 농담이 있다. 하나는 선수들이 ‘그린 재킷’을 두고 펼치는 경쟁이고, 다른 하나는 관람객들이 ‘놈’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다. 놈의 인기는 피규어에만 그치지 않는다. 캐디 복장의 놈이 그려진 깃발이나 티셔츠 등 다양한 굿즈 역시 출시와 동시에 매진된다.

 

 

오거스타 내셔널의 판매 전략은 단순하면서도 강력하다. 가격은 유지하되, 수량을 제한하고 1인당 구매 수량까지 제한한다. 이로 인해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기념품’이라는 인식이 형성되며 가치가 상승한다. 실제로 관람객들은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을 서고, 매장 안에서도 다시 대기해야 한다. 이러한 경험 자체가 상품의 희소성과 상징성을 더욱 강화한다.

 

 

대표적인 마스터스 모자는 현장에서 32달러에 판매되지만, 외부에서는 3배 이상의 가격에 거래된다. ‘오거스타에서만 살 수 있다’는 희소성이 가격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몇 해전부터는 보물찾기’ 방식의 한정판 상품도 등장했다. 코스 곳곳의 작은 매장에서 특정 제품을 판매하며, 관람객들의 구매 경쟁을 더욱 자극했다.

 

흥미로운 점은 식음료 가격이다. 입장권과 굿즈는 희소하지만, 음식과 음료는 누구에게나 저렴하게 제공된다. 대표 메뉴인 피멘토 치즈 샌드위치는 1.5달러, 대부분의 음식은 3달러 이하이며, 맥주와 와인도 6달러 수준이다. 모든 메뉴를 한 번씩 구매해도 70달러를 넘지 않는다.

 

 

오거스타 지역은 대회 기간 동안 임대료가 급등한다. 특히 선수들이 머무는 주택은 최대 수만 달러에 임대된다. 또한 ‘오거스타 룰’이라는 세법 덕분에 연간 14일간의 임대 수익에 대해 세금이 면제되는 혜택도 있다.

 

이처럼 막대한 수익 구조 덕분에 마스터스의 총상금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는 2,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결국 마스터스는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치밀한 전략과 희소성 마케팅이 결합된 거대한 경제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방제일 기자 901fguide@naver.com
Copyright @G.ECONOMY(지이코노미) Corp. All rights reserved.













서울특별시 서초구 언남5길 8(양재동, 설빌딩) 2층 | 대표전화 : 02-417-0030 | 팩스 : 02-417-9965 지이코노미(주) G.ECONOMY / 골프가이드 | 등록번호 : 서울, 아52989 서울, 아52559 | 등록(발행)일 : 2020-04-03 | 발행인·편집인 : 강영자, 회장 : 이성용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 방제일) G.ECONOMY의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2 G.ECONOMY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lf0030@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