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필의 IP 인사이트] 특허는 왜 돈이 안 되는가…IP 금융의 불편한 진실

  • 등록 2026.04.14 02:29:15
크게보기

특허 ‘자산화’ 외치지만 현장은 여전히 비용 인식
기술보증기금 평가, 결국 ‘사업 연결성’이 좌우
등록보다 설계…시장·경쟁 구조까지 담아야
IP 금융의 성패, 명세서 단계에서 이미 갈린다

특허는 자산이라 말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비용으로 남아 있다. 중소기업 대표들에게 특허는 지금도 ‘돈 먹는 하마’에 가깝다. 출원비, 등록비, 유지비는 꾸준히 발생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매출이나 수익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제한적이다. 결국 특허는 필요하지만 당장 현금 흐름을 개선하지 못하는 ‘후순위 투자’로 밀려나기 쉽다.

 

 

정책은 전혀 다른 그림을 제시한다. 특허는 담보가 될 수 있고, 금융으로 연결될 수 있는 자산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IP 금융’이다. 기술을 평가해 보증을 제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는 이미 제도적으로 구축돼 있다. 문제는 이 구조가 기대만큼 널리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핵심은 ‘등록’이 아니라 ‘평가’에 있다. 대표적인 IP 금융 수단인 기술보증기금의 기술평가보증은 단순히 특허의 존재 여부를 보지 않는다. 해당 기술이 실제로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사업 모델과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즉, 특허는 출발점일 뿐, 금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사업성’이라는 두 번째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여기서 많은 기업이 막힌다. 형식적으로 등록된 특허, 기술 설명에 머무른 특허, 권리 범위가 불명확한 특허는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특히 사업과의 연결성이 부족한 경우, 아무리 기술적으로 의미가 있어도 금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특허가 ‘기술 문서’로 머무르는 순간, 자산으로서의 기능은 사실상 멈추게 된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명확하다. 특허가 돈이 되지 않는 이유는 특허의 개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업과 연결되는 구조로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접근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동안 많은 기업은 기술 개발 이후 특허를 ‘정리’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왔다. 그러나 이제 특허는 결과물이 아니라 전략의 일부로 설계돼야 한다. 시장 진입을 방어할 수 있는지, 경쟁사가 쉽게 우회할 수 없는 구조인지, 향후 라이선스나 투자 유치로 연결될 수 있는지까지 고려해야 한다.

 

특히 경쟁 환경을 반영한 권리 설계가 중요하다. 경쟁사가 동일한 기술을 다른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다면, 해당 특허의 실질적 가치는 급격히 떨어진다. 반대로 시장의 핵심 경로를 차단하는 구조라면, 단일 특허만으로도 강력한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특허의 가치는 기술의 난이도가 아니라 ‘시장 지배력’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정책 역시 이 지점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IP 지원 정책은 출원 비용 보조나 가치평가 비용 지원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이는 ‘양’을 늘리는 데는 기여할 수 있어도, ‘질’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허의 사업화 가능성을 높이는 구조적 설계 지원 없이 IP 금융 활성화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과의 괴리가 있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할 시점이다. “특허가 몇 건인가”가 아니라, “이 특허가 어떻게 수익으로 연결되는가”를 묻는 것이 출발점이 돼야 한다.

 

IP 금융은 분명 중소기업에게 유효한 기회다. 기술력은 있지만 담보가 부족한 기업에게, 특허는 중요한 자금 조달 수단이 될 수 있다. 다만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특허를 단순한 권리가 아닌 ‘사업 자산’으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

 

그 출발점은 명세서 단계다. 기술을 설명하는 수준을 넘어, 권리 범위를 전략적으로 설정하고, 시장과 경쟁 구조까지 반영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기술 이해뿐 아니라 사업 모델, 산업 구조, 경쟁사의 회피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전문적 접근이 요구된다.

 

결국 특허의 성패는 출원 이후가 아니라, 출원 이전에 결정된다. 그리고 그 설계가 사업과 맞닿는 순간, 특허는 비로소 ‘비용’에서 ‘자산’으로 전환된다.

강매화 기자 maehwa11@hanmail.net
Copyright @G.ECONOMY(지이코노미) Corp. All rights reserved.













서울특별시 서초구 언남5길 8(양재동, 설빌딩) 2층 | 대표전화 : 02-417-0030 | 팩스 : 02-417-9965 지이코노미(주) G.ECONOMY / 골프가이드 | 등록번호 : 서울, 아52989 서울, 아52559 | 등록(발행)일 : 2020-04-03 | 발행인·편집인 : 강영자, 회장 : 이성용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 방제일) G.ECONOMY의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2 G.ECONOMY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lf0030@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