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상금 900만 달러 현금 박스 위에 놓인 작은 나무 상자에 담긴 황금 벨트를 만져 보고 있는 필 미켈슨과 이를 웃으며 지켜보는 타이거 우즈[Rob Schumacher-USA TODAY Sports/로이터=연합뉴스]](/data/photos/news/photo/201811/11859_22641_4446.jpg)
[골프가이드 김대진 편집국장] '영원한 맞수' '숙명의 라이벌'로 불리며 세계 골프를 주름잡아온 미국의 타이거 우즈(43)와 필 미켈슨(48)의 '세기의 대결'에서 필 미켈슨이 이겼다.
미켈슨은 24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섀도 크리크 골프 코스(파72·7천200야드)에서 열린 1대1 매치플레이 대결 '캐피털 원스 더 매치 : 타이거 vs 필'에서 연장 4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즈를 꺾었다.
'승자 독식' 규칙에 따라 미컬슨은 이 매치에 걸린 우승 상금 900만 달러와 황금 벨트를 모두 가져갔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상금 1∼2위, 현역 선수 PGA 투어 최다승 및 메이저 최다승 부문 1∼2위를 달리는 최고 맞수의 대결은 경기 전부터 여러 면에서 화제를 모았다.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고 기뻐하는 미켈슨[Kyle Terada-USA TODAY Sports/로이터=연합뉴스]](/data/photos/news/photo/201811/11859_22644_4852.jpg)
두 사람은 동반 라운드 전적에서 타이거 우즈가 18승 4무 15패로 약간 앞서고 있었다. 또한 타이거 우즈가 지난 9월 투어 챔피언십 우승 등으로 기량이 회복 중이라 그의 승리를 예상하는 확률이 높았으나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미켈슨이 우세하게 경기를 펼치며 박빙의 승부를 이어갔다.
첫 홀(파4. 379야드)부터 두 사람의 실력이 팽팽하게 맞섰다.
티샷은 두 사람 모두 아이언으로 했다. 티샷으로 날린 볼이 비슷한 거리로 날아갔다. 그러나 미켈슨이 볼이 페어웨이에 떨어진 반면 우즈가 친 볼은 러프 지역에 떨어졌다. 남은 거리는 타이거 135야드, 미켈슨이 133야드였다. 얕은 러프에서 우즈의 두 번째 샷은 홀 3m 정도에, 미켈슨의 샷은 그보다 30㎝ 정도 더 가까이 떨어졌다. 결과는 둘 다 파였다. 비긴 것이다.
첫 홀에 별도로 걸린 내기 상금 20만 달러는 우즈의 차지였다. 미켈슨이 버디를 하면 10만 달러를 내걸자 우즈가 미켈슨이 못하면 10만 달러를 보태자고 해 20만 달러는 우즈의 차지가 됐다.
처음 승부가 갈린 홀은 2번 홀(파4. 430야드)이었다.
우즈의 9번 아이언 두 번째 샷이 그린을 크게 벗어난 뒤 다음 샷도 홀에 미치지 못했고, 약 1m 파 퍼트가 홀에 살짝 들어갔다 나오며 파를 지킨 미켈슨이 앞서 나갔다.
![14번 홀 우즈의 모습 [Rob Schumacher-USA TODAY Sports/로이터=연합뉴스]](/data/photos/news/photo/201811/11859_22645_516.jpg)
이후 미켈슨이 계속 1UP으로 앞서 나갔다. 그러나 7번 홀(파5. 557야드)에서 타이거가 다시 홀 승리를 거두고 두 사람은 A/S를 이뤘다. 두 사람은 이 홀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했고 우즈가 페어웨이를 지킨 반면 미켈슨은 페어웨이를 놓쳤다. 286야드를 남겨 둔 미켈슨이 먼저 우드로 두 번째 샷을 했으나 그린 앞 벙커에 볼이 빠졌다. 우즈는 그린 부근 엣지에 볼을 떨어뜨렸다. 미켈슨은 64도 웨지로 벙커샷을 했으나 볼은 바로 앞 벙커에 다시 빠졌다. 그러나 우즈는 퍼터를 사용해 볼을 홀에 20cm 안팎에 붙였다. 결국 이 홀에서 우즈가 이기가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이어 8번 홀9(파3. 190야드)에서 다시 미켈슨이 이겨 1UP으로 앞서 나갔다. 이 홀에선 니어핀에 내건 20만 달러도 미켈슨이 차지했다. 우즈는 7번 아이언 티샷으로 볼을 홀에서 40피트 3인치에 붙인 반면 미켈슨은 38피트에 붙였다. 이후 우즈는 파 퍼팅에 실패했으나 미켈슨은 파 퍼팅에 성공했다.
이후 1DOWN으로 계속 밀리던 우즈는 11번 홀(파4. 284야드)을 버디로 따낸 데 이어 12번 홀(파4. 394야드)에서 74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으로 볼을 홀 1m 이내에 바짝 붙이며 버디 퍼트 컨시드를 받아 처음으로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미켈슨은 곧바로 13번 홀(파3. 213야드)에서 버디로 만회했다. 둘 다 홀 가까이 붙인 볼로 버디 퍼트를 시도했으나 우즈가 실패한 반면 미켈슨은 성공한 것이다. 이 홀에 걸린 니어핀 상금 30만 달러도 미켈슨이 차지했다. 14번 홀(파4. 488야드)에서 둘이 파를 하며 비겼다.
15번 홀(파4. 467야드)에선 다시 미켈슨이 이겨 1UP으로 앞서 나갔다. 이 골프장에서 가장 긴 홀이자 아주 아름다운 16번 홀(파5. 626야드)에선 둘이 또 파로 비겼다.
이번 매치 게임의 가장 하일라이트는 17번 홀(파3. 150야드)이었다. 길지 않은 홀이지만 이 골프장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진 홀이었다. 티잉 그라운드 바로 앞엔 큰 연못이 있고 그 너머 그린이 있다. 연못과 그린 사이엔 좁고 긴 벙커가 흡사 호주머니처럼 달려 있다. 그린 뒤에도 벙커가 있고 그 뒤엔 아름다운 폭포가 자리잡고 있다. 폭포엔 쉼 없이 폭포수가 내리붓고 있었다.
선제 공격은 미켈슨이 했다. 그가 아이언 티샷으로 볼을 홀 조금 못미쳐 홀 그린에 올렸다. 다음 우즈의 차례, 그의 볼은 방향은 아주 좋았으나 너무 길어 그린 뒤 폭포 앞 벙커와 그린 사이 엣지에 떨어졌다. 누가 봐도 미켈슨이 절대 유리한 상황이었다. 우즈는 내리막이었고 미켈슨은 큰 경사가 없는 스트로크를 남겨둔 상황이었다.
골프황제의 진가는 그때 나타났다. 우즈가 칩샷한 볼이 굴러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갔다. 미켈슨의 표정이 굳어졌다. 우즈는 오른손으로 주먹을 불끈 쥐고 허리 아래에서 가슴 쪽으로 올리는 승리의 세레머니를 했다. 그 후 긴장한 미켈슨은 버디 퍼트를 놓쳤다. 한 홀을 남겨두고 다시 A/S가 된 것이다.
![17번 홀 그린에서 우즈의 세리머니[AP=연합뉴스]](/data/photos/news/photo/201811/11859_22646_524.jpg)
18번 홀(파5. 500야드)에선 승부가 가려지지 않았다. 다시 이 홀에서 연장전에 들어갔으나 두 사람은 다시 비겼다.
두 번째 연장전부터는 특설 티잉 그라운드를 사용했다. 홀에서 거꾸로 93야드 되는 지점에 티잉 그라운드를 임시로 만든 것이다. 클럽하우스 옆 평소 연습그린으로 사용하는 곳이었다. 이때는 이미 주위가 어두워 야간경기로 펼쳐졌다. 승부는 연장 4번째 홀이자 전체 22번째 홀에서 갈렸다.
우즈가 티샷으로 볼을 7피트 8인치(2.4m)에 붙이자 미켈슨은 4피트 2인치(1.2m)에 볼을 붙이며 강력하게 응수했다. 이어 우즈가 버디 퍼트에 실패했으나 미켈슨은 침착하게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4시간이 넘는 경기를 마침내 끝낸 것이다. 그가 900만 달러의 주인공이 된 순간이기도 했다. 이때 주위는 아주 깜깜했고 티잉 그라운드와 그린 주변만 스포트 라이트를 받아 대낮처럼 밝게 빛났다.
![경기가 끝난 직후 포옹하는 우즈와 미켈슨[AP=연합뉴스]](/data/photos/news/photo/201811/11859_22647_5339.jpg)
경기 후 미켈슨은 "타이거 이번에 졌다고 그의 빛이 바래는 것은 아니다. 오늘 같은 단 하루가 우즈의 위대함을 깎아내릴 수는 없다. 그는 역사상 가장 위대하다."면서 "오늘은 내가 좀 더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우즈도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잘 진행됐다"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매우 치열한 경기였다"고 화답했다. 이날의 경기는 승부가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살아서 전설이 된 위대한 두 골퍼가 같이 매치 플레이 경기를 펼친다는 것만으로도 세계의 수많은 골퍼들로부터 관심을 갖게 하고 경기를 지켜보게 하는 마법을 보여줬다.
이날 경기를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지켜 본 기자의 눈에는 타이거 우즈는 그야말로 한 마리의 '호랑이' , 필 미켈슨은 그에 맞서는 '곰'으로 느껴졌다. 그 두 사람의 매치 플레이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골퍼로선 너무나 큰 영광이자 기쁨이다.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Rob Schumacher-USA TODAY Sports/로이터=연합뉴스]](/data/photos/news/photo/201811/11859_22648_5438.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