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2026년 1월 1일, 본지 취재진이 찾은 마포농수산물시장은 침묵하고 있었다. 불이 꺼진 점포, 닫힌 셔터, 줄어든 발길. 한때 지역 상권의 중심이었던 이곳은 더 이상 ‘시장’이라 부르기 어려운 풍경을 하고 있었다.
23년 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다농마트는 사라졌다. 그리고 그와 함께 임직원 50여 명, 협력업체 200여 곳, 가족을 포함해 최소 1천여 명의 삶이 무너졌다.
사람들은 묻는다. “장사가 안 돼서 문 닫은 것 아니냐”고. 그러나 이 질문은 본질을 비켜간다. 다농마트의 퇴장은 경영 실패가 아니라, 권력이 설계한 퇴출이었다.
■ 공공의 이름으로 시작된 배제
마포농수산물시장은 공공시설이다. 운영 주체는 마포시설관리공단.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존재해야 할 기관이다.
그러나 2019년, 분위기는 급격히 달라졌다. 이춘기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공단은 중립적 관리자가 아니라 결정의 주체로 변했다.
시장 상인들과의 대화는 끊겼고, 특히 다농마트와의 접촉은 사실상 차단됐다. 그 무렵부터 내부에서는 공공연한 말이 돌기 시작했다.
“다농은 나가야 한다.” 이 말은 단순한 소문이 아니었다. 이후 벌어진 일련의 행정 조치는 하나의 방향을 향해 정교하게 움직였다.
■ 표적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다농마트는 문제 있는 업체가 아니었다. 23년간 임대료를 성실히 납부했고, 시장 활성화를 책임졌으며, 지역 사회를 위한 기부도 이어왔다.
그런데 2019년을 기점으로, 상황은 급변한다. 마포구청은 다농마트의 기부금 수령을 거부했다. 이유는 “직무 관련성”. 수십 년간 아무 문제가 없던 기부가, 유독 그 시점에만 문제가 된 이유는 설명되지 않았다.
이후 공단은 계약의 ‘룰’을 바꾸기 시작했다. 계약기간은 2년에서 1년으로 줄었고, 임대료는 대폭 인상됐으며, 계약 해지 요건은 한층 강화됐다.
이 모든 변화는 우연이 아니었다. 버틸 수 없게 만드는 구조, 그 자체가 목적이었다.
■ 규정은 이렇게 무기가 됐다
공단은 말한다. “규정대로 했다”고. 그러나 문제는 그 규정이 누가, 언제, 왜 고쳤는가다.
운영관리규정은 구의회 승인 없이 개정됐다. 구청은 침묵했다. 공공시설 운영의 핵심 조건이 행정 내부 판단만으로 뒤집혔다.
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법의 취지는 완전히 벗어났다. 규정은 공공성을 지키는 장치가 아니라, 특정 결론을 합법으로 포장하는 도구가 됐다.
■ 그리고 나타난 ‘이상한 대안’
다농마트를 밀어낸 자리에 등장한 업체는 또 다른 의문을 남겼다. 자본금 1천만 원의 신생 업체. 그런데 이 업체가 제시한 조건은 보증금 83억 원, 월 임대료 4억 원.
상식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운 수치였다. 그럼에도 공단은 이 업체를 ‘적격’이라 판단했다. 이 순간부터, 의혹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 “다농을 내보내라”는 행정의 속내
2020년 초, 공단 관계자가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에 전화를 걸어 “다농마트를 내보내려 한다. 관련 정보를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단순한 문의가 아니었다. 이미 결론은 내려져 있었고, 행정은 그 결론을 정당화하는 절차에 불과했다.
■ 남겨진 것은 폐허와 생존의 공백
2026년 현재, 마포농수산물시장에는 다농마트가 없다. 청과물 코너에는 드문드문 손님만 오가고,
수산물 코너 곳곳에는 문 닫은 점포가 늘어섰다.
한 상인은 씁쓸하게 말했다. “마트를 내보내고,
이춘기랑 짜고 친 데가 들어온다더니 결국 다 물 건너갔죠. 상인들 사이에선 다 아는 얘기였어요.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옵니다.”
또 다른 상인은 고개를 떨궜다. “사람이 떠나니까 시장이 죽더라고요. 남은 건 빚이랑 한숨뿐입니다.”
■ 이것은 실패가 아니라, 선택의 결과다
다농마트는 자연스럽게 사라진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결정이 있었고, 그 결정은 반복된 행정 조치로 실행됐다.
그 결과, 1천여 명의 밥줄이 끊겼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마포 지역의 주민이자 유권자였다. 그러나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사과도, 설명도 없었다.
■ 지이코노미는 묻는다
누가 이 판을 설계했는가. 누가 규칙을 바꿨는가.
그리고 누가 침묵했는가.
다농마트 사태는 과거가 아니다. 권력이 공공의 이름으로 어떻게 생존을 끊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현재진행형의 경고다.
지이코노미는 이 잊힌 기록을 다시 꺼낸다. 그리고 끝까지 묻는다. 이어지는「다농마트 흑역사… 권력은 어떻게 밥줄을 끊었는가」 2부에서는 "규정이 바뀌자 운명이 바뀌었다"를 보도합니다.
■ 연재 예고
제1부 | 사라진 23년, 누가 다농마트를 죽였나
제2부 | 규정이 바뀌자 운명이 바뀌었다
제3부 | 83억은 어떻게 설계됐나
제4부ㅣ전대는 왜 조사되지 않았나
제5부 | 공익의 이름은 왜 그 자리에 있었나
제6부 | 침묵한 권력, 남겨진 책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