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시선] 관광 1번지 여수, 위기의 경고음 앞에 선 현실

  • 등록 2025.02.08 16: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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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한때 ‘관광 1번지’로 불리며 전국적인 명성을 떨쳤던 여수가 흔들리고 있다.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를 기점으로 관광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2017년에는 연간 1,500만 명이 찾으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2023년 관광객 수는 1,000만 명을 겨우 넘겼고, 2024년 들어서는 감소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수많은 관광객으로 북적였던 해양공원, 돌산, 오동도, 향일암 등도 이제는 한산한 풍경을 보이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관광객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지역 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숙박업소, 식당, 관광 관련 사업체들은 수익 감소로 인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한때 ‘예약 전쟁’이 벌어지던 돌산과 화양면의 펜션들은 이제 평일에는 텅 비어 있고, 일부는 경매로 넘어가고 있다. 낭만포차 거리와 해양공원 일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여수를 대표하는 맛집들도 손님이 줄어 인건비를 감축하며 겨우 버티는 실정이다. 심지어 일부 식당들은 문을 닫고 임대 매물로 나오는 상황이다.

 

대형 호텔과 숙박업소들도 마찬가지다.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가격 할인과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고 있지만, 그마저도 역부족이다. 객실 점유율이 낮아지면서 운영비 절감이 불가피해졌고,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직원 감축이 이어지고 있다. 한때 전국적으로 주목받았던 여수 관광산업이 이제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여수시는 ‘2035 여수시 관광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하며 장기적인 관광전략을 세우고 있다. 관광 만족도 설문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분석하고, 관광 서비스 품질 개선, 숙박·음식업소 물가안정 전담 TF팀 운영, 친절 교육 확대, 노후 관광시설 정비 등 다양한 대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장기적인 계획도 중요하지만, 당장의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관광객이 급감하는 현실 앞에서 여수시의 대책은 너무 느리고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인근 지자체들은 공격적인 마케팅과 할인 혜택을 앞세워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여수는 과거의 명성에 기대어 있는 듯한 모습이다.

 

특히 숙박과 음식 가격이 높은 여수는 관광객들에게 ‘비싸고 불친절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여수의 높은 관광 수요가 이를 상쇄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인근 지역에서 더 저렴하고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만큼, 관광객들은 자연스럽게 다른 지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대비 매출이 30% 이상 감소한 곳이 많다. 올해도 경기가 나아지지 않으면 대출 이자도 갚지 못해 신용불량 위기에 몰리는 업소들이 속출할 것"이라며 “여수시는 현재 상황을 보다 직시하고, 보다 공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여수의 관광자원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오동도, 향일암, 돌산대교, 여수 밤바다, 케이블카 등은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진 관광지다. 하지만 단순히 ‘좋은 관광지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변화하는 여행 트렌드에 맞춘 새로운 콘텐츠 개발과 체류형 관광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여수가 다시 관광 1번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할인 이벤트나 일회성 홍보가 아니라 관광객이 머무르고 싶고,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만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숙박·음식 가격 안정화, 교통 편의성 개선, 지역 상권과 연계한 특색 있는 콘텐츠 개발 등 종합적인 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

 

여수는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관광산업의 쇠퇴를 지켜볼 것인가. 선택의 시간은 길지 않다.

김정훈 기자 jhk71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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