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서해의 바다가 또 한 번 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이번에는 밀수나 구조작전이 아닌, '표심'을 지키기 위한 작전이다.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서해지방해양경찰청(청장 이명준)은 도서지역의 소중한 한 표를 육지로 옮기기 위해 경비함정 30척을 투입한다. 거친 파도 위를 가르며, 전국 어디에서나 평등하게 행사된 유권자의 권리를 지켜내는 임무가 시작된 것이다.
서해해경청 관할에는 57개 도서가 흩어져 있다. 사전투표와 본투표를 합쳐 총 87개의 투표함이 이 섬들에 놓인다. 투표함은 경비함정으로 직접 옮겨지거나, 민간 수송선박을 해상에서 호위하는 방식으로 육지까지 이동된다. 이송 구간 하나하나가 그저 항로가 아닌, 유권자의 ‘선택’을 지켜내는 길이다.

이날(28일) 열린 화상회의에서는 빈틈없는 작전이 논의됐다. 항로 사전답사는 물론이고, 항로별 책임 함정 지정, 수송선과의 전용 통신망 구축, VTS(해상교통관제센터) 관제 기능 강화까지 포함됐다. 기관고장이나 기상 악화 등 돌발 상황에 대비한 예비함정 투입 계획도 수립됐다. 작은 변수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읽혔다.
선거 당일에는 각 해양경찰서에 ‘상황대책팀’이 가동된다. 실시간 상황 공유는 물론, 위급상황에 대한 즉각 대응체계를 유지한다. 유권자의 손을 떠난 투표함이, 결과를 향해 가는 그 길까지 완벽하게 책임지겠다는 의지다.
서해해경청 관계자는 “바다 건너 한 표가 온전히 도착해야 선거가 완성된다”며, “모든 투표함이 안전하게 육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끝까지 만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도서 투표함 이송은 물리적 수송을 넘어선 일이다. 민주주의의 '완주'를 위한 여정이자, 투표로 드러난 민의가 무사히 반영되기까지 이어지는 조용한 항해다. 이번 선거에서도 해경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유권자의 권리를 묵묵히 지켜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