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유주언 기자 | 국내 연구진이 확장된 혈액투석(HDx)이 말기 신부전 환자의 잔여 신기능을 효과적으로 보존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고유량 투석막 대비 신장 기능 저하 속도를 유의미하게 늦출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향후 혈액투석 치료 전략의 전환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치료의 한계 넘다… 확장된 혈액투석의 임상적 반전
경북대학교병원 신장내과 김용림·조장희 교수, 칠곡경북대학교병원 임정훈 교수 연구팀이 주도한 ‘THREAD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 결과가 지난 3월, 미국 신장학회지(JASN)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확장된 혈액투석(HDx)을 고유량(high-flux, HF) 투석막과 비교한 결과, 잔여 신기능 저하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는 것을 확인했다.
연평균 사구체여과율(GFR)은 테라노바 그룹이 1.0 mL/min/1.73㎡ 감소한 반면, HF 투석막 그룹은 2.4 mL/min/1.73㎡ 감소하며, HDx가 신장 기능을 두 배 가까이 더 잘 유지했다.

테라노바 투석막, 요독물 제거·알부민 보존 ‘두 마리 토끼’
연구에 사용된 테라노바는 미디엄 컷 오프(MCO) 기술을 활용한 혈액투석막으로, 기존 혈액투석이나 혈액투석여과(HDF)로는 제거가 어려운 중분자 요독물질을 효과적으로 걸러낸다. 동시에 알부민 손실을 최소화해 치료 안전성을 높였다.
임정훈 교수는 “테라노바는 신장 손상 유발 요인인 중분자 요독물질과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기존보다 효과적으로 제거한다”며, “염증 반응 감소와 신기능 보존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상결과, 국내 치료지침에도 영향 줄 듯
이번 연구는 국내 4개 병원이 참여해 말기콩팥병 환자 80명을 대상으로 12개월간 진행됐다. 연구팀은 3개월 간격으로 사구체여과율과 24시간 소변량 등을 추적하며 양 군 간의 변화를 비교했다. 테라노바 그룹은 9개월까지도 소변량 감소폭이 작아 체내 수분 배출 기능 역시 더 잘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책임자인 조장희 교수는 “잔여 신기능은 사망률, 심혈관계 질환, 삶의 질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며 “이번 연구는 향후 HDx 중심의 치료전략이 환자 생존율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임상적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연구진이 세계적 학술지에 게재한 이번 HDx 임상연구는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환자 생존율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신장 기능을 가능한 오래 보존하는 것이 말기콩팥병 치료의 핵심임을 감안할 때, HDx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의료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