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자영업 붕괴 위기… ‘대출 처방’만 내놓은 부산시

  • 등록 2025.07.09 13: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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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자영업자 2만7,000명 사라졌다, 상권 붕괴 ‘경고등’

- 줄폐업 속 빈 점포 확산에 골목상권 공동화 가속

- 고금리·고임대료·내수 침체 삼중고, 땜질식 지원으론 못 막는다

 

지이코노미 정태율 기자 | 부산의 골목상권이 무너지고 있다. 한때 사람들로 북적이던 골목길은 빈 점포로 채워지고, 자영업자들은 더는 버틸 힘조차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부산의 자영업자 수는 29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2만7,000명 줄었다. 자영업자 비중은 18.6%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다. 권리금 없이 내놓는 점포가 늘고, ‘급매물’이 거리 곳곳에 붙는다.

 

중구 광복로, 서면, 부산대 앞 상권 공실률은 이미 20%를 넘었다. 남아 있는 가게도 대부분 무인 점포로 바뀌거나 가족 인력으로 연명한다. 남포동에서 10년째 소규모 음식점을 운영해온 B씨는 “월세 내고 나면 빚만 쌓인다. 나가려 해도 권리금은커녕 빚 갚기도 벅차다”고 했다. 남포동 상권에선 최근 반년 새 50곳 넘는 가게가 문을 닫았다.

 

부산 연산로터리 부근 전경 

 

폐업 러시는 경기 침체와 고금리, 고물가에 내수 부진까지 겹친 결과다. 식자재 가격과 공공요금은 오르는데 손님은 줄었다. 게다가 부산 상가 임대료는 광역시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부산의 상가 임대료는 ㎡당 평균 3만5,000원으로 대구·광주보다 10% 이상 비싸다. 자영업자는 월세를 감당하려 빚을 내고, 결국 폐업으로 내몰린다.

 

문제는 구조적이다. 부산은 1인 자영업자 비중이 높아 경기 충격에 더 취약하다. 2018년 21만 명이던 1인 자영업자는 지난해 26만 명을 넘겼다. 자본이나 준비 없이 시작한 생계형 창업이 대부분이다. 업종도 음식점, 카페 등 과잉 공급된 서비스업에 쏠려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까지 겹쳤다. 2015년 355만 명이던 부산 인구는 올해 330만 명 밑으로 떨어졌다. 동래구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는 C씨는 “취업 사진 찍던 청년들도 사라졌다. 재개발 한다더니 가게만 죽었다”고 말했다.

 

폐업 뒤에도 벼랑 끝은 이어진다.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 지역 폐업 공제금 지급액은 500억 원을 넘어섰다. 권리금 손실에 대출 상환까지, 재기 시도는 무의미해진다. 무인 자판기나 공유 주방으로 재창업해도 경쟁만 더 치열해질 뿐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부산시가 내놓은 해법은 ‘대출’뿐이다. 시는 올해 1조3,500억 원 규모 긴급 금융지원을 마련했다. 연회비·이자·보증료가 없는 ‘3무 카드’를 만들어 업체당 최대 500만 원을 빌려주겠다는 계획이다. 상권 르네상스, 온라인 전환 지원도 추진한다고 했다. 하지만 현장 상인들은 “이미 빚으로 버티는데 빚을 더 지라고 하느냐”고 반문한다. 동래구의 한 식당 주인은 “대출 받아 연명하라는 게 무슨 대책이냐. 월세나 세금은 그대로인데 대출금만 늘어난다”고 했다.

 

손님이 없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의 슬픈 현실을 그린 일러스트

 

전문가들은 부산시의 처방이 땜질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생계형 자영업 창업이 반복되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골목상권 붕괴는 멈추지 않는다. 부산연구원 관계자는 “자영업 위기는 도시 산업 구조와 직결된다”며 “단기 금융지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지역산업 다각화, 관광객이 모이는 테마 상권 개발, 청년 창업의 질적 지원 같은 근본 대책이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늘도 부산 골목엔 폐업 간판이 달리고 그 자리에 무인 점포나 공실만 남는다. 한때 사람과 삶을 이어주던 골목 가게들은 기계로 대체됐다. 부산이 다시 ‘장사하기 좋은 도시’로 돌아가려면 빚으로 버티라는 땜질식 정책으로는 어림없다. 골목상권을 살릴 마지막 기회를 부산시는 놓치고 있다.

 

 

 

 

정태율 기자 tyj59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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