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이창희 기자 | 급속한 고령화로 도시철도 운영기관 무임 수송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운데,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가 열렸다.
서울교통공사가 10일 국회도서관에서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 공동협의회와 대한교통학회(회장 유정훈) 주관으로 도시철도 무임수송제도 개선 정책토론회를 성황리에 개최했다고 밝혔다.
도시철도 무임수송제도는 노인복지 향상을 목적으로 1980년 대통령 지시에 따라 도입된 국가적 교통복지정책이다.
그러나 초고령 사회로 진입은 무임 수송 손실을 가속화시키며, 운영기관의 재정 악화를 초래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 전국 도시철도 무임수송 손실은 약 7000억 원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서울교통공사의 몫이었다.
이번 토론회는 무임수송제도에 대한 단순한 정책 논의를 넘어 새로운 방향성을 고민하고 실질적인 대안을 도출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장에는 국회의원·정부·운영기관·시민 등 약 150여 명이 참석했다.
토론회는 우원식 국회의장 등의 축사와 함께 전국 도시철도 운영기관 공동협의회 공동 대표인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 등 환영사로 시작됐다. 이후 좌장을 맡은 유정훈 회장의 사회로 김진희 연세대학교 교수가 '도시철도 PSO 제도개선 방안'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김 교수는 "고령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장래 공익서비스의 보편성 확보 및 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이어진 토론에는 최규용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서기관, 김상길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국장,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센터장, 강갑생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정진혁 연세대학교 교수, 한영희 서울교통공사 기획본부장이 참여했다.
토론자들은 제도의 지속 가능성과 정당성, 그리고 책임 주체의 재정립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각에서 열띤 논의를 벌였다.
가장 큰 공감대는 현재의 무임 수송 손실 구조가 운영기관과 지자체에 과도하게 집중됐다는 점이었다.
참석자들은 도시철도가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의 기본적 이동권을 보장하는 공공서비스임을 전제하면서도, 공공성을 이유로 한 일방적인 비용 전가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최규용 서기관은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운영기관 간 협력과 합리적 역할 분담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오늘 이 자리를 통해 공공교통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국민 모두가 신뢰하는 방향으로 대중교통체계를 구축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이에 대한 주요 대안으로 ▲중앙정부의 재정 책임 명문화 ▲국비 보전 법제화 ▲이용자 직접 지원 방식 전환 등을 제시했다.
김상길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국장도 국비 보전의 법제화를 위한 국회와 정부의 전향적 논의와 교통세 등 새로운 재원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국비 보전을 받는 코레일과 달리 도시철도는 국가 지원이 없다는 점 등 제도적 차별을 꼬집었다.
정진혁 교수는 해외 사례를 근거로 전면적 무임이 아닌 자부담·부분 할인과 같은 조건부 무임 제도 도입과, 이용자가 요금을 선납하고 환급받는 이용자 직접 보전 방식 도입을 제안했다.
한영희 서울교통공사 기획본부장은 "도시철도는 국가의 발전 전략과 인구정책에 따라 건설·운영돼 오던 사회간접자본(SOC)"이라면서 "무임 수송이 대통령 지시와 법령에 따른 것인 만큼, 정부 책임을 명확히 하고,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도시철도 중심의 대중 교통정책을 펼쳐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센터장은 "도시철도 무임수송 손실보상에 대한 프레임 즉, 손실보상에서 공익보상으로의 전환과 무임수송에 대한 편익 등 계량화를 통해 손실보상 개념을 도입하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참석자들은 단편적 보전 방식을 넘어서 국가 차원의 교통복지 컨트롤타워 설립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교통복지를 총괄하는 전담 기구를 통해 무임 수송뿐만 아니라 교통복지 예산 배분 등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하는 거버넌스 구축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낮은 운임과 무임 수송 등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겪고 있는 구조적 어려움이 한계에 직면한 가운데, 이번 토론회는 정부·지자체·운영기관 간 합리적 해결 의지를 확인하는 뜻깊은 자리가 됐다"라며 "국민의 자유로운 이동권이 위협받지 않도록 무임손실 국비 지원 법제화에 국민 여러분의 깊은 관심과 지지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교통공사 등 도시철도 운영기관 공동협의회는 이번 토론회 결과를 토대로 국회와 정부에 제도개선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시민에게 홍보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