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무안군의회가 군민의 건강권과 환경권을 지키기 위해 의료폐기물 소각시설 설치를 전면 저지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내놨다. 이는 지역 현안을 넘어, 지방자치와 주민 참여의 근간을 다시 묻는 중대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군의회는 9월 12일 열린 제303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정은경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폐기물 소각시설 설치 반대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청계면과 삼향읍에 각각 하루 57톤, 36톤 규모의 의료폐기물 소각장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군민 불안과 반발이 극에 달하자 군의회가 공식적으로 행동에 나선 것이다.
정은경 의원은 결의안 제안 설명에서 소각시설의 본질적 위험을 조목조목 짚었다. “무안군의 의료폐기물 발생량은 하루 1톤 남짓인데, 하루 93톤 규모의 시설이 들어서면 연간 3만 4천 톤 이상을 처리하게 된다. 이는 무안군을 넘어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는 고위험 의료폐기물이 무안에 집중적으로 반입되는 구조”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감염병 폐기물, 인체 조직, 병원성 폐기물 등이 소각되는 과정에서 다이옥신과 중금속 같은 발암물질이 배출될 수 있다. 이는 군민의 건강권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소각장이 들어설 예정 부지가 주거 밀집지역일 뿐 아니라 목포대학교 인근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군민의 생활권은 물론, 수천 명의 학생들의 학습권까지 침해하는 최악의 입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문제는 절차였다. 정 의원은 “이처럼 대규모 환경 위해시설을 추진하면서 군민의 의견을 단 한 차례도 묻지 않았다. 이는 지방자치의 근본을 훼손하고, 군민의 알 권리와 참여권을 짓밟는 행정 폭거”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군의회가 채택한 결의안은 반대 의사 표명이 아니다. ▲소각시설 설치 전면 중단 ▲영산강유역환경청의 ‘적정 통보’ 철회 및 전면 재검토 ▲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의 법제화 ▲100톤 미만 소각시설에 대한 주민 의견 수렴 의무화 등 구체적이고 강도 높은 대책을 포함하고 있다. 즉, 무안군의회는 이번 사안을 지역 차원을 넘어 제도 개선의 기회로 삼아 전국적인 환경 정책 재정비를 촉구한 것이다.
군의회는 결의안을 대통령비서실, 국회,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 등 관계 기관에 전달해 정부 차원의 조치를 강하게 요구할 방침이다. 단순히 형식적인 건의가 아닌, 군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실질적 행동을 예고한 것이다.
지역 주민들의 반대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미 주민 대책위원회가 꾸려져 집회와 서명 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일부 주민들은 “무안이 전국의 의료폐기물 처리장이 될 수는 없다”며 거리로 나섰다. 지역 환경단체와 시민사회단체도 “이번 사안은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환경 정의의 시험대”라며 동참을 선언했다.
환경 전문가들 역시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한다. 한 전문가는 “폐기물 처리의 기본 원칙은 발생지에서 처리하는 것인데, 전국 의료폐기물을 특정 지역으로 몰아넣는 방식은 법과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며 “무안군 문제를 계기로 의료폐기물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무안군의회의 이번 결의는 군민의 안전과 환경 정의를 지켜내기 위한 강력한 경고이자 전국적 기준점이다. 님비(NIMBY) 현상이 아니라, 지방자치의 가치를 지키고 군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정당한 투쟁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무안군의회의 강경한 행보와 정부의 대응이 대한민국 환경 갈등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