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상승장이다. 3저 호황(1986~1989년)을 제외하면 지금처럼 강한 상승장은 없었다. 물론 외환위기 직후(1999년)’나 ‘펜데믹 때(2020년)때’도 강세장이었지만, 당시엔 급락 이후 반등한 형태였기 때문에 지금과는 성격이 다르다. 40~50년 주기로 ‘달러 약세와 유가 안정’이 동시에 나타나는 구간이 있는데, 1980년 중반이 그랬고, 지금이 그와 유사하다. 다만 호황을 구가하던 1980년대 중반과 달리, 지금은 저성장 국면이라는 점이 큰 차이점이다. 최근 달러 강세는 중단기적으로 보며, ‘금융 억압(Financial repression)’이 본격화되면 장기적으로 ‘저금리+저금리’ 구조를 강화시킬 것이다.

이번 상승장은 유동성에 의한 ‘강제 상승’이 아니라, ‘구조적 양극화’가 시장의 본질적 동력으로 작용 중이다. 시간 효율성과 기술집약도가 높은 산업이 초과 수익을 창출 중이며, 전통 제조, 내수 업종은 정체중이다. 즉 이는 단순 ‘유동성 장세’를 넘어 ‘생산성 정체’로의 전환이다. AI 융합이 용이한 소프트웨어, 반도체, 헬스케어, 로보틱스 등은 GDP 내 비중이 확대되는 반면, 규제 과중, 수요 경직, 자본집약적 산업 등 AI 융합이 어려운 舊경제는 GDP 내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현 시장의 본질은 금융 억압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산업 효율성의 격차가 시장가치를 재편하는 구조적 강세장이다. 코스피5,000P는 단순한 유동성 환상이 아니라, 산업 양극화가 낳은 구조적 고평가의 정당화 구간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면 AI 붐은 어디쯤 왔을까. 인터넷 붐이 닷컴 버블로 번져갔던 1990년대 후반을 참조하면 가늠할 수 있다. 일각에선 AI버블을 경고하고 있지만, 2000년 3월 닷컴 버블이 붕괴됐을 당시와 같은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비슷한 점은 민간 투자가 상승의 동력이라는 점이다. 미국 명목 GDP에서 IT하드웨어, 소프트웨어, R&D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7%대까지 높아졌고, 2025년 2분기의 7.16%는 아직 추세선 상에 위치해 있다. 버블이 낄 때 성장성이 있는 기업들에 과도하게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하기도 하나 반대편이 성장성이 낮은 기업들에는 과도하게 낮은 밸류에이션을 부여하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수급 측면에서 못참고 성장성이 낮은 종목들을 팔고, 높은 종목들을 더 살 때 버블이 커진다.

닷컴버블은 금리가 상승해 투하자본의 한계 수익률이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꺼졌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올해 두 번, 내년에 세 번 인하가 예정돼 있다. 기업들이 추가로 투자를 집행하기에 조달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고 진단할 때까지는 포지션을 유지해도 좋다는 생각이다. 혹시 그 전에라도 밸류에이션이 과도한 종목들의 수가 증가하면 주식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은 10월23일 금융통회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50%로 만장일치 동결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은행은 5월 금리인하 이후 금융안정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운용해왔으며, 이같은 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5월 인하 이후 부동산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진 점, 잇따른 부동산 관련 규제 정책이 나온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은행은 정책 공조 차원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을 예상한다.
10월 동결에 이어 11월에도 동결해 연내 동결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한다. 정부가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 정책을 6월과 9월에 이어 10월에도 펼치고 있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이 5월 인하 이후 2회 연속 동결한 배경에는 금융안정이라는 요인이 크게 작용했었으며, 남은 10월과 11월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금통위원 또한 최근 발언들을 통해 금융안정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그간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제시했던 신성환 위원이 거시건전성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금통위는 만장일치 동결할 것으로 보며 향후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제시하는 위원들 또한 줄어들 것을 판단한다.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환율 레벨이 다소 내려가더라도 실물 경기가 양호한 점도 금리인하 기대를 제약시킬 요인이다. 내수 심리가 회복세를 이어나가고 있으며,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경기도 양호할 것으로 본다. 물론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 경기는 다소 약하다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지나치게 과열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금리 인하 시점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내수 심리 회복과 반도체 중심의 수출 경기가 양호한 점, 이에 따라 주식시장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 등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를 지연시킬 요인으로 보며, 올해 및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전망에 비해 개선될 여지도 있다.
추가 인하 시점은 내년 1분기 중으로 지연될 전망이다. 양호한 성장 반등이 예상되는 가운데, 그럼에도 내년 재정 확장 정책을 고려하면 금리 부담 완화 측면에서의 한은의 정책공조가 예상된다. 경기 양극화 환경에서 선별적인 지원이 필요한 가운데, 내년 이후 부동산 가격 상승세 둔화와 물가 둔화 흐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여력이 확보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