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완도군이 해조류 한 가닥으로 바다의 판을 뒤흔들고 있다. 기후산업과 지역경제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승부수를 띄우며, ‘바다에서 답을 찾는’ 전략에 속도가 붙는 분위기다.
해조류로 탄소를 흡수해 얻은 수익을 군민에게 돌려주는 이른바 ‘완도형 바다 연금’ 구상을 비롯해, 해외 수출 확대와 국제 박람회 추진까지 잇따르며 해조류 산업 전반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바다에서 시작된 변화가 지역 소득과 산업 지형 재편으로 이어지는 그림이 한층 선명해졌다.
지난 10월 27~30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3차 총회에서는 해조류를 신규 탄소흡수원으로 공식 명기하는 지침에 뜻을 모았다.
이어 2027년 발간 예정인 ‘이산화탄소 제거/탄소 포집·활용 및 저장(CCUS) 방법론 보고서’의 개요가 승인되면서, 해조류의 블루카본 가치 역시 국제적 논의의 본류에 올라섰다.
완도군이 추진해온 해조류 기반 탄소거래 정책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완도군은 국내 해조류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전국 최대 해조류 주산지다.
2021년 미국 항공우주청(NASA)이 위성사진으로 완도의 해조류 양식장을 조명하면서 청정 해양환경과 친환경 양식 방식이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미국 에너지부 산하 ARPA-E, 세계은행(WB), 세계자연기금(WWF) 등 국제기구와 해외 전문가들이 완도를 찾으며 협력 기반이 넓어졌다.
군은 지난해 미국을 방문해 NASA와 해조류 블루카본 인증 표준화에 관한 의견을 나눴고, ARPA-E와는 한·미 공동사업인 ‘외해 해조류 양식 기술 시스템 구축’ 방향을 협의했다.
또한 한국수산자원공단과 함께 어업인의 양식·관리 활동으로 확보한 탄소 흡수량을 크레딧으로 전환해 소득으로 돌려주는 ‘블루 크레딧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는 “양식 → 흡수 → 인증 → 거래 → 소득”으로 이어지는 순환형 소득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효성그룹, 한국전력공사 등 민간기업과 함께 잘피(Sea grass) 서식지 확장을 위한 바다 숲 조성도 진행 중이며, 국내 대비 60%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잘피는 탄소 저장 능력이 뛰어나 ‘바다의 탄소 저금통’으로 불린다. 여기에 해상풍력단지 내 유휴 해역을 활용해 해조류 양식과 블루카본을 결합한 ‘블루카본 특화 양식 해역’ 조성도 검토 중이다.
해외 판로 확대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완도군은 10월 28~29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25 한국 비즈니스 엑스포’에 공동 홍보관을 운영해 162만 달러(약 25억 원) 수출 협약과 35만 달러(약 5억 원)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독일, 체코, 프랑스 등 유럽시장 진입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행사에는 완도바다영어조합법인, 완도다어업회사법인(주), 경영수산(유), 더풀문주식회사완도, 완도맘(영), (유)해성인터내셔널, ㈜해청정, (유)하나물산 등 8개 업체가 참여해 동결건조 전복죽, 전복 어묵, 광어죽, 해초 면, 건어물 분말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선보였다.
지난해 비엔나 행사에서 1,080만 달러 협약을 이끌어낸 데 이어, 완도 수산물의 브랜드 경쟁력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한편, 완도군은 지난 10월 ‘2028 완도국제해조류산업박람회’ 국제 행사 개최 계획서를 해양수산부에 제출했다.
전라남도와 공동으로 해양수산부·기획재정부 등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정부 심사를 거쳐 2026년 상반기 국제 행사 승인 여부가 판가름난다. 승인 시 완도는 명실상부한 해조류 산업의 국제 플랫폼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게 된다.
이번 박람회는 해조류를 기후·식품·수출 산업으로 확장하는 ‘산업형 박람회’로 치러진다.
2028년 4월 21일부터 5월 14일까지 완도 해변공원 일원에서 열리며, 해조류 이해관을 포함한 7개 전시관, 국제 해조류 심포지엄, 수출 상담회 등으로 구성된다. 전시·학술·비즈니스가 맞물린 무대로, 해조류 산업의 향후 방향을 가늠할 ‘종합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우철 군수는 “해조류의 탄소흡수 가치가 국제사회에서 눈에 띄기 시작한 흐름 속에서 완도가 주도적 역할을 해나갈 토대가 갖춰지고 있다”며 “해조류 산업을 군민 소득과 연결해 ‘완도형 바다 연금’ 제도화를 실현하고, 완도를 글로벌 해조류 블루카본 허브로 성장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바다에서 찾은 가능성을 군민의 삶으로 연결하는 데 모든 역량을 기울이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