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이슈] “골프장 지고, 파크골프장 뜬다”

  • 등록 2025.11.10 15:5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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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위기 VS 파크골프장 기회

지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 고급 레저의 상징이던 골프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주말 예약은 ‘빽’이 있어야 가능하다던 전국 500여 개 골프장 분위기가 스산하다. 경제적 부담과 환경 규제, 골프장의 서비스 불만 누적, 사회적 반발 속에서 구조적 위기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파크골프는 ‘생활체육형 레저’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 파크골프장은 400여 개를 돌파했고, 각 지자체는 수십 개의 신규 조성 계획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골프장 지고, 파크골프장 뜨고”라는 표현은 이제 단순한 과장이 아니다. 산업·사회·문화적 변화의 현실을 드러내는 상징적 문장이 되고 있다.

 

 

국내 골프장은 현재 약 525개소, 총 10,876홀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2024년 기준 약 4,741만 명이 골프장을 이용했을 정도로 여전히 거대한 시장을 유지한다. 코로나19 시기 골프는 ‘안전한 야외 레저’로 각광받으며 회원권 가격이 치솟고, 신규 입문자들이 대거 유입되는 호황을 경험했다.

 

인기 절정이던 골프는 ‘코로나 특수’가 끝나면서 현실적인 한계와 마주하고 있다. 수도권의 다수 골프장은 매출이 10~20% 줄었고, 회원제 골프장은 신규 회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회원제·대중형 골프장은 전체의 70%를 차지하지만, 과열된 가격 경쟁과 계절적 비수기의 고정비 부담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고급화·대형화 지향의 산업 구조로 젊은 층을 끌어들이는 데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20~30대는 고가의 그린피와 회원권을 부담스러워한다. 결국 골프장은 ‘여전히 크지만, 점점 효율이 떨어지는 시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골프장 이용 인구 뒷걸음

파크골프는 폭발적 성장세

이와 대조적으로 파크골프장은 최근 3~4년 사이 폭발적인 확산세를 보였다. 2020년 250여 곳에 불과했던 파크골프장은 2025년 10월 현재 420여 곳을 넘어섰다. 국내 최대 파크골프 단체인 (사)대한파크골프협회 등록 회원 수는 20만 명을 넘어서며 불과 몇 년 새 4~5배의 성장을 기록했다.

 

지자체의 파크골프장 조성은 급성장의 핵심 동력이다. 대구 경북, 부산 경남을 중심으로 시나브로 늘어나던 파크골프장 열풍은 강원과 경기로 옮겨붙더니 전국으로 번졌다. 강남구는 탄천 유휴지에 27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을 완공해 도심형 생활체육 시설의 본보기를 제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6년까지 700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을 조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충북은 100홀 이상 대규모 파크골프장을 추진하는 등 도지사가 인프라 확충을 주도하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지자체가 파크골프 조성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첫째, 설치비가 적게 든다. 18홀 기준 수만㎡ 정도의 부지면 충분하며, 하천변·공원 유휴지·폐운동장 등을 활용할 수 있다. 둘째, 이용료가 저렴하다. 대부분의 파크골프장은 1회 5,000원 이하로 이용할 수 있어 수입이 없는 어르신도 큰 부담이 없다. 셋째, 진입장벽이 낮다. 클럽 한 자루와 공 하나면 충분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입문할 수 있다. 넷째, 커뮤니티성이 강하다. 주민 동호회, 노인 복지관 연계 프로그램, 가족 단위 체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 사회와 맞물려 운영된다.

 

 

경제·환경적 압박에

대다수 골프장 경영 휘청

 

골프장의 위기는 단순히 경기 불황 탓이 아니다. 구조적 한계가 누적된 결과다. 우선 경제적 압박이 크다. 골프장은 대규모 잔디 관리와 관수, 비료·제초제 사용, 전문 인력 고용 등으로 매년 막대한 유지비가 들어간다. 인건비·전기료 상승은 수익성을 더 악화시킨다. 계절별 수요 차이가 커서, 비수기에는 운영 적자가 불가피하다.

 

환경적 압박도 심각하다. 골프장 개발은 산림 훼손, 토양 교란, 대규모 용수 사용 등 환경 논란을 불거진다. 수계보호구역·생태보호지역 규제가 강화되면서 신규 골프장 허가 자체가 쉽지 않다. 여기에 주민 반대까지 겹쳐 신규 개발은 사실상 중단되다시피 했다. 기존 골프장조차 ‘환경 규제 강화’와 ‘지역 여론 악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산업적 압박 역시 무겁다. 일부 리조트형 대형 골프장은 여전히 해외 관광객과 기업 회원을 기반으로 운영되지만, 중소 규모 골프장은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젊은 세대의 레저 패턴 변화—즉, 짧고 간편하며 저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활동 선호—도 골프장에는 치명적이다.

 

 

지자체 파크골프장 조성 열풍

건강·복지·관광 융합 전략 주목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자체는 파크골프장을 생활체육 인프라 확충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서울은 전역에 걸쳐 파크골프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경상·전락·충청 지역의 대도시도 뒤따르고 있다. 농촌 지역에서도 파크골프장은 고령층의 여가와 건강 관리, 마을 공동체 회복,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강원 화천군이 대표적이다. 화천군은 시즌 오픈 전국대회를 시작으로 부부(가족) 대회, 암 극복 대회, 페스티벌, 왕중왕전에 이르기까지 연중 5개의 메이저 대회를 개최해 ‘파크골프 수도’로 부상했다. 전국 지자체마다 이를 벤치마킹해 대규모 파크골프장을 조성하며 연계 사업 구상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체육시설 설치를 넘어 지역 커뮤니티·복지·관광을 결합한 융합 전략으로 이어지고 있다.

 

파크골프의 성장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사회 진입, 생활체육 정책 강화, 저비용 레저 수요 확대가 맞물려 파크골프는 ‘국민 체육 인프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 필요,

골프장 공존 상생도 모색해야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첫째, 수요 예측 실패 위험이다. 모든 지역에서 동일한 수요가 발생하지는 않기에, 과잉 공급 시 이용률 저하와 시설 방치로 이어질 수 있다. 지방선거 결과나 예산 우선순위 변경에 따라 사업이 중단·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둘째, 운영 재정 부담이다. 초기 설치비는 저렴하지만, 매년 잔디 관리·인건비·시설 보수비가 발생한다. 지자체가 파크골프 유료화에 나선 배경이다. 민간 위탁, 주민 자치 운영 등 다양한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

 

셋째, 주민 갈등과 환경 문제도 풀어야 한다. 도심에서는 녹지 활용을 두고 갈등이 발생하고, 하천변·습지 조성 시 환경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 모두의 공간이 특정 동호인들의 전유물이 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결국 철저한 수요 조사와 친환경 관리,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이 필요하다. 나아가 기존 골프장과 파크골프장이 공존할 수 있는 상생 모델—예컨대 기존 골프장의 일부 부지를 파크골프로 전환하거나, 두 종목을 연계한 관광 상품화—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골프장이 지고, 파크골프장 뜨는 건 우리 사회의 고령화, 생활체육 수요 확대, 환경친화적 정책 기조가 맞물리면서 나타나는 구조적 변화다. 골프장은 여전히 규모와 상징성을 유지하겠지만, 미래 레저의 무게 중심은 점차 파크골프로 이동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스포츠의 교체가 아니라, 건강 복지·지역 공동체·환경 친화적 도시 정책까지 아우르는 사회적 변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한국 레저산업은 이제 새로운 지형도를 그리고 있다.

이창호 기자 golf003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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