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전남도의회 윤명희 경제관광문화위원장(더불어민주당, 장흥2)이 올가을 의정활동 전반에서 지역의 기초 체력을 다지는 정책들을 잇달아 제기하며 주목받고 있다.
눈에 띄는 공통점은 화려한 사업 유치나 단기성과가 아닌, 도민의 일상과 지역 경쟁력의 기반을 바꾸는 의제에 줄곧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문화콘텐츠, 인구정책, 안전복지, 미식관광, 포용경제까지 다루는 영역은 넓지만 방향은 단단히 ‘삶 가까운 변화’로 수렴된다.
■ 문화가 지역경제로 이어지려면… 장흥서 가능성 확인
윤 의원의 가을 현장 행보는 장흥에서 열린 ‘2025 전남 콘텐츠 페어’에서 시작됐다. 이번 행사는 전시를 넘어, 전남형 문화콘텐츠 산업의 방향성을 시험하는 무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공간 역시 상징적이었다. 노벨문학 거장과 예술가의 숨결을 담아 재생된 빠삐용zip은, 문학과 예술이 지역의 창작 자산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소다. 이곳에서 콘텐츠 산업 행사가 열렸다는 건 전남의 고유한 문화 정체성이 콘텐츠 산업의 원천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전시존에는 미디어아트, 웹툰, 게임, AR·VR 체험, 로컬 크리에이터 콘텐츠 등 콘텐츠 산업의 현재와 확장 가능성이 고루 배치됐다.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청년 창작자와 지역기업의 참여 비중이 높았다는 점이다. 콘텐츠 산업을 수도권 기업의 전유물이 아닌, 지역 인재와 로컬 창작자도 참여 가능한 생태계로 만들어야 한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윤 의원은 7개 체험존을 빠짐없이 둘러보며, “남도의 정서·자연·역사 같은 로컬 스토리와 기술 콘텐츠가 결합할 때 비로소 전남만의 콘텐츠 경쟁력이 생긴다”고 의미를 짚었다. 특히 전남의 해양·섬 문화, 남도 문학 자산, 전통 놀이와 미식 등 지역성(Locality)을 아이덴티티로 반영한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행사는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3일간 열렸으며, 10개 전시체험존과 15개 부대행사로 구성됐다. 지역 예술단체, 관광업계, 청년 창작자, 학교, 스타트업 등이 함께 참여해 “지역문화→산업화→관광자원화”로 이어지는 전남 콘텐츠 산업 모델을 실험했다. 콘텐츠 체험과 공연, 굿즈 제작, 지역 브랜드 협업 등 문화의 산업화 모형이 곳곳에서 시도됐다.
전남은 관광 기반은 탄탄하지만, 이를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늘 아쉬움이 제기돼 왔다. 윤 의원의 이번 행보는 단순히 축제 현장을 방문한 차원이 아니라, 관광 중심의 전남 경제를 콘텐츠 산업과 연결해 ‘체류형 소비’와 ‘재방문 동력’을 만들겠다는 정책적 시선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콘텐츠 산업은 청년 인재 유입, 지역 창작 일자리, 로컬 브랜드 육성, 문화재생과 관광 활성화까지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전남의 인구·경제 문제 해결과도 맞물린 전략 산업이라는 의미가 있다. 윤 의원이 현장을 꼼꼼히 챙긴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인구정책, 숫자보다 ‘삶의 기반’… 전남형 정착모델 주문
제393회 임시회 도정질문에서 윤 의원은 가장 먼저 인구감소 대응을 꺼냈다. 전남은 전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가 줄고 있는 지역이다. 그는 “점 단위 인구유치 경쟁, 제한된 예산으로 서로 빼오는 방식은 의미가 없다”며, 장기 정착 기반을 다지는 구조적 접근을 요구했다.
윤 의원이 제시한 방향은 다음과 같다.▲보육·교육 환경 강화: 부모가 머물 이유를 만드는 정착 조건▲귀농어귀촌·청년 농업인 지원 확대: 유입 인구의 지속 정착률 제고▲청년 주거대책: 주거 불안이 유출 원인으로 지목된 만큼 ‘청년 맞춤형 주거 모델’ 필요▲AI·신산업 인재양성 사업: 지방소멸대응기금 활용해 “청년이 성장할 기회 있는 지역”으로 전환 등이다.
특히 내년 시범 추진 예정인 ‘지역사랑 휴가지원제’에 전남 시군이 포함되도록 전략적 대응을 강조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지정 지역으로 여행을 갈 경우 비용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게 된다. 윤 의원은 “관광도 인구 전략이다. 머무는 경험이 쌓이면 정착 가능성도 생긴다”며, 관광과 인구정책의 연계 필요성을 짚었다.
■ “재난은 누구에게나”… 화재 피해 지원, 사각지대 정밀 진단
민생 안전 분야에서는 화재 피해 주민 지원체계의 구조적 한계가 도마에 올랐다. 전남은 목재주택·노후주택 비율이 높고 고령층 1인 가구가 많은 지역 특성을 갖고 있어, 화재 발생 시 피해가 급격히 확대되는 사례가 잦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원제도는 일상 회복을 뒷받침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윤 의원은 전남도의 화재피해 주민 지원이 여전히 최소한의 물품 지원과 행정적 절차 안내에 머물러 있다며, “사고 후의 공백 기간,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시간”이 가장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전라남도 화재피해주민 지원 조례'는 지원 대상과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도 화재보험 가입조차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험료조차 부담하기 어려운 계층이 가장 취약한 구조인데, 정작 여기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비어 있다는 것이다.
전남의 주택 화재는 재산 피해에 그치지 않는다. ‘집이 곧 생계이자 삶의 터전’인 농어촌 지역에서는 화재가 발생하면 생계가 끊기고, 이주와 지역 공동체와의 단절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윤 의원은 이 점을 짚으며, 화재 피해 지원을 물질적 보상에 머물지 않고 ‘생존과 회복’ 중심의 복합 지원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윤 의원은 화재보험 가입비 지원 근거 마련,민관 협력 구호체계 구축,생활·의료·임시거주·심리지원까지 아우르는 원스톱 회복지원 체계도입을 제안했다. 특히 민간단체와의 연계를 통해 구호물품, 임시 숙소, 의료·심리 상담 등 사고 직후 72시간의 ‘골든타임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초기 대응 공백을 줄여야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지원이 서류와 기준에 갇히면, 진짜 어려운 이들은 문턱에서 주저앉는다”며, 행정의 틀을 넘어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회복 중심 지원으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이는 재난지원의 ‘형평’보다 ‘실질’에 방점을 찍은 발언으로, 행정 절차가 아닌 사람 중심 접근이 필요하다는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화재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재난이다. 윤 의원의 제안은 피해자에게 돌아가는 지원의 크기를 키우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남형 재난회복 모델을 구축하자는 문제제기로 읽힌다. 생활 안전망의 마지막 틈을 메우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경고와도 같다.
■ 밥맛이 지역 이미지… 미식관광, ‘쌀 품질’부터 다잡자
전남은 오래전부터 ‘남도 음식의 본향’이라 불린다. 지역마다 특색 있는 향토음식과 제철 식재료가 풍부하고, 미식관광이 전남 관광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아 왔다.
그러나 윤 의원은 이 강점을 되레 문제의식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기대가 큰 만큼 방문객의 실망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여행객이 식당에 들어가 가장 먼저 마주하는 ‘밥 한 공기’의 만족도가 지역 식문화의 첫인상을 결정짓는다는 점을 짚었다.
윤 의원은 도내 식당별로 밥맛 편차가 큰 현실을 지적하며, 미식관광의 신뢰도를 높이려면 기본 식재료인 쌀에 대한 품질 관리와 사용 기준부터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농산물 소비 확대라는 명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맛과 품질’이 보증되는 전남산 쌀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도내 외식업체가 전남산 쌀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전남 인증쌀 사용업소’ 인증제 도입, 전남산 쌀 구매비 일부 지원, 농협·RPC(미곡종합처리장)와 연계한 지역 쌀 안정공급 플랫폼 구축을 제안했다. 이는 소비 독려 수준을 넘어 생산자–유통–외식업계–관광 산업을 하나의 구조로 연결하는 정책적 접근이다. 특히 RPC와의 연계는 쌀 품질 표준화, 안정적 공급 체계 확립, 로컬 브랜드화 측면에서 실효성이 높다는 평가다.
윤 의원은 전남에서 개최됐던 ‘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를 언급하며, 이벤트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정책·산업·관광 생태계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람회 이후 외식업계와 식재료 산업이 어떤 구조적 성장을 이뤄냈는지, 방문객 경험을 어떤 방식으로 지역 재방문으로 연결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미식관광은 SNS 인증샷이나 음식 소개 콘텐츠로만 완성되지 않는다”며, 생산–유통–외식–여행으로 이어지는 ‘먹거리 가치사슬(밸류체인)’ 전체의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미식은 지역 정체성과 경제를 잇는 산업이자, 관광의 재방문율을 좌우하는 핵심 만족도다. 전남산 쌀 품질 강화는 그 출발점이라는 메시지다.
■ 장애인기업을 지역경제의 축으로… 포용경제 기반 마련
지난 10월 15일 상임위 심사를 통과한 '장애인기업 지원 조례 개정안' 역시 윤 의원의 ‘생활밀착 정책’ 맥락에 놓인다. 개정안에는 장애인기업의 경쟁력과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수의·공동계약 시 우대 ▲교육·창업·활동보조 인력 지원 ▲기업애로해소위원회 자문기능 강화가 담겼다. 장애인기업을 ‘배려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경제 참여 주체로 보는 관점 전환이 깔려 있다.
윤 의원은 “장애인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 지역 사회의 동등한 경제 구성원”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복지를 예산지출이 아니라 자립을 위한 투자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하반기 윤명희 의원의 행보는 장르가 모두 다르지만, 공통 언어는 명확하다. “지역의 체질을 바꾸는 변화”이다.
문화콘텐츠는 지역 청년과 산업을 잇는 창구가 될 수 있고, 인구정책은 유입 숫자가 아니라 ‘머물 이유’를 만드는 정책이어야 한다. 재난지원은 서류보다 회복이 먼저여야 하고, 미식은 지역 이미지와 관광경쟁력의 출발점이며, 장애인기업은 포용경제의 성장축이라는 메시지다.
단기 홍보성 사업보다, 제도와 구조를 다지는 접근 윤 의원의 움직임이 향후 전남도의 정책 논의에 어떤 방향성을 심을지 관심이 모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