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전남의 누정과 원림은 지역의 역사와 정신을 품은 문화자산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관리의 손길을 제때 받지 못해 노후가 진행되고, 일부는 붕괴 위험이나 훼손 사례가 반복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전라남도의회 경제관광문화위원회 윤명희 위원장(더불어민주당·장흥2)이 최근 한국학호남진흥원을 상대로 제기한 문제는 감사 지적을 넘어, 문화유산을 어떻게 바라보고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폭넓은 질문을 던진다.
윤 위원장은 한국학호남진흥원이 제시한 누정·원림의 정의와 분포 현황을 확인한 뒤, 전남 전역의 누각·정자를 빠짐없이 기록하는 전수조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름만 남아 있거나 연혁이 불명확한 누정이 적지 않은 만큼, 현황 사진과 구조 기록, 주변 지형까지 꼼꼼히 남겨 장기적으로 활용 가능한 기초 자료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짚었다.
전수조사 결과의 활용 방식에 대해서도 의견을 더했다. 결과가 보고서로 끝날 것이 아니라 문화자원과와 공유돼 시·군 단위 보수·관리의 기준으로 쓰여야 하며, 지역별 예산과 인력 여건을 고려하면 정확한 자료 축적이 보수 우선순위를 정하는 핵심 근거가 된다는 점도 언급했다.
또한 “손을 봐야 하는 누정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현장의 우려도 전했다. 기둥이 썩거나 주변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아 접근조차 어려운 곳들이 존재하며, 이와 같은 지적은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유산이 더는 흘러가도록 둘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문제의 근본 원인에 대해 윤 위원장은 관리 체계의 미비와 정보 부족을 꼽으며, 이번 전수조사가 향후 체계적 관리를 위한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호남 지역의 누정·원림은 건축물을 넘어 문인들의 시문과 유람 문화, 지역 공동체의 기억이 스며 있는 생활 문화 공간이다. 제대로 보존될 경우 관광자원으로서의 가능성도 크다. 지역 정체성을 드러내고 관광 동선을 넓히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만큼, 보수·관리는 곧 지역 문화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결국 이번 문제 제기는 전남이 가진 문화유산을 어떤 방식으로 다음 세대에 온전히 넘길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기록을 남기고, 상태를 점검하며, 관리 체계를 갖추는 과정은 시간이 들지만, 늦어질수록 되돌리기 어려운 손실이 커진다는 점도 분명하다.
전남의 누정과 원림이 다시 조명되는 지금, 전수조사와 체계적 관리 방안이 어떤 실천으로 이어질지 지역 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