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2일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12·3 민주헌정수호 특별상’ 시상식은 기념의 의미를 넘어섰다. 지난해 대한민국 정치사에 깊은 흔적을 남긴 불법 비상계엄 시도 1주년을 맞아, 그 혼란의 밤을 각자의 자리에서 막아낸 이들의 역할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이날 시상식에는 당시 더불어민주당 최고의원이었던 주철현 의원을 비롯해 박찬대 의원, 임오경 의원, 박정현 의원 등이 함께 수상했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와 시민단체 123명 추진위원회가 마련한 이번 시상식에서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여수시갑)은 국회의원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주 의원의 그날(12월 3일)은 남해안을 바라보는 여수에서 시작됐다. 지역 현안을 점검하고 민원 일정을 마무리하던 중, 평소와 달리 보좌진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오늘은 일찍 서울로 올라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단호한 권유였다.
그는 예정돼 있던 오후 8시 30분 KTX를 취소하고, 남아 있던 일정을 모두 접은 뒤 가까스로 오후 7시 30분 비행기에 탑승했다. 당시 여수를 떠난 비행기가 곧바로 대한민국 정치사의 또 다른 장면으로 이어질 줄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주 의원은 “이상하게 마음이 무거웠다”고 회상한다. 조용한 12월 초, 평범해야 했던 주말 저녁이 뒤흔들릴 조짐은 그렇게 찾아왔다.
서울에 내리자마자 상황은 이미 급변해 있었다. ‘비상계엄 선포’. 언론을 통해, 당 지도부를 통해, 메시지를 통해 전해진 짧은 문장은 전국을 흔들어놓기에 충분했다.
주 의원은 곧바로 국회로 차를 몰았고, 이미 본청 출입이 차단된 현장에서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결국 담장을 넘는 결단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바지가 찢어졌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당시 국회 주변은 혼란과 긴장, 급박함이 뒤섞인 공간이었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한 의원은 “누가 먼저 들어가냐가 중요한 시간이 아니었다. ‘들어가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고 기억한다.
국회 내부에 들어선 뒤부터는 대응 체계가 숨 가쁘게 돌아갔다. 당 지도부는 즉시 비상대응망을 가동했고, 국회 안팎에 흩어져 있는 의원들의 위치와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기 시작했다.
특히 텔레그램으로 운영된 비상 채널은 그날 민주주의의 마지막 연결망으로 작동했다. “누가 어디에 있는지, 누구와 연락이 닿지 않는지, 어느 지점에서 접근이 막혔는지… 일일이 확인해가며 움직였다.”
주 의원은 그날의 텔레그램을 “민주헌정이 마지막까지 버티기 위해 유지된 통로”라고 표현했다.
비상계엄의 효력이 확산되지 않도록 대응 상황을 전파하고, 국회 내 안전 확보를 조율하며, 외부에 정확한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는 일까지 동시에 진행됐다. 혼란의 기록은 실시간으로 쌓였다.
비상계엄 저지 이후에도 주 의원의 활동은 이어졌다. 헌법재판소 앞 릴레이 시위에 참여해 위헌적 권력 남용을 비판했고, 국회 로텐더홀 규탄대회에서는 “헌정 질서를 흔들고자 한 시도에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탄핵 촉구 기자회견, 광화문 1인 시위 등 일련의 행동은 비상계엄 사태가 ‘하루의 사건’으로 가볍게 정리되는 것을 막기 위한 움직임이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주 의원의 역할을 “현장의 긴박한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즉시 행동한 사례”로 평가한다. 여당과 야당을 떠나 “그날은 기록보다 행동이 중요했다”는 회고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시 민주당 관계자는 “상황이 너무 빠르게 진행돼, 누구도 정확한 판단을 하기 어려웠다. 그 와중에 먼저 움직이고 먼저 도착해 대응망을 가동한 역할은 분명했다”고 말했다.
주 의원의 지역구인 여수에서는 이번 수상을 두고 “조용히 있었으면 아무도 몰랐겠지만, 그래도 제때 움직였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 정가에서는 “여수에서 출발한 판단 하나가 큰 흐름을 바꿨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주철현 의원은 수상 소감에서 “이 상은 저 개인이 아니라, 위기의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은 국민과 동료 의원들에게 돌아가는 상”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시도가 반복되지 않도록 끝까지 책임 있게 행동하겠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1년 전의 사건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민주주의는 종종 기록보다 사람의 행동에 의해 지켜지고, 결정적 순간의 판단이 가능한 정치인은 많지 않다. 이번 특별상은 그 판단과 행동의 시간을 비로소 공식적으로 정리한 자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