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신축 아파트에 설치되는 빌트인·시스템 가구 입찰 과정에서 조직적인 담합을 벌여온 가구업체들이 대거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수년에 걸쳐 입찰 가격과 낙찰자를 사전에 짜고 친 사실이 드러난 업체들에 대해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29일, 건설사가 발주한 빌트인 및 시스템 가구 구매 입찰에서 담합을 벌인 가구 제조·판매업체 48곳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250억 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이들 업체는 2013년 9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약 9년에 걸쳐 영업 담당자 간 모임이나 전화 연락 등을 통해 낙찰 예정 업체와 입찰 가격을 사전에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낙찰 예정 업체가 들러리 업체들에게 투찰 가격을 전달하면, 이들이 이를 기준으로 형식적인 입찰에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이 같은 담합은 54개 건설사가 발주한 240건의 입찰에서 이뤄졌으며, 사실상 업계 전반에 걸쳐 관행처럼 굳어졌다는 평가다.
이번 제재에서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은 곳은 에넥스로, 58억4400만 원을 부과받았다. 뒤이어 한샘이 37억9700만 원의 과징금을 받았다.
공정위는 이미 지난해부터 아파트·오피스텔 빌트인 가구 시장에서의 담합 행위를 집중 조사해왔다. 이번 조치를 포함해 제재 대상에 오른 가구업체는 총 63곳, 누적 과징금 규모는 1427억 원에 달한다.
앞서 지난해 4월에도 공정위는 한샘, 현대리바트, 에넥스, 한샘넥서스 등 31개 업체에 대해 93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당시 이들 업체는 주사위 굴리기, 제비뽑기, 사다리타기 등으로 낙찰 순서를 정한 사실이 적발돼 사회적 공분을 샀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담합 구조가 분양가 상승으로 고스란히 이어져 결국 소비자 부담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 원가에 포함되는 가구 가격이 인위적으로 부풀려지면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떠안았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입찰 담합은 시장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중대한 불공정 행위”라며 “앞으로도 건설·주택 관련 담합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