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국민연금이 국내 화장품 ODM 업계 대표 기업인 한국콜마 지분을 대거 정리하며 보유 비중을 10% 미만으로 낮췄다. 글로벌 K뷰티 확산으로 업황 기대감이 높은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어서 시장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증권가가 여전히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 여력을 강조하는 가운데, 국민연금은 보다 보수적인 행보를 택했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한국콜마 지분율은 지난해 3월 13.47%에서 올해 1월 9.34%까지 하락했다. 약 반년 동안 4%포인트 이상을 처분한 셈으로, 지분율이 10%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22년 이후 처음이다. 단순한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보기에는 매도 규모와 속도가 빠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도 시점도 주목된다. 한국콜마 주가는 지난해 7월 11만원대 고점을 기록한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고, 국민연금은 주가가 6만~7만원대까지 내려온 구간에서도 장내 매도를 이어갔다. 고점 차익 실현보다는 중장기 리스크 관리 성격이 강한 판단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이는 증권가 시각과는 대비된다. 증권업계는 한국콜마가 K뷰티 글로벌 수요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으며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두 자릿수 성장이 예상되며, 일부 증권사는 목표주가를 9만~13만원 수준으로 제시하며 매수 의견을 유지해 왔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이 지분 축소를 선택한 배경으로는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 리스크가 지목된다. 콜마그룹은 경영권 분쟁의 큰 고비는 넘겼지만, 윤동한 회장이 윤상현 부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 반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소송 결과에 따라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은 수익성 못지않게 ESG와 스튜어드십코드 원칙을 중시하는 투자자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실적 전망과 별개로 지배구조 안정성을 중점적으로 고려한 판단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지분율을 10% 미만으로 낮추며 주요주주로서의 책임과 부담에서 한 발 물러났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연금 측은 “개별 기업의 지분 보유 및 매매 사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 정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소송이 이어지는 한 지배구조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며 “국민연금은 주가 반등 가능성보다 오너 리스크의 지속 가능성을 더 크게 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