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칼럼] 비에 젖어 봄나물을 깨우는 생명의 소리

  • 등록 2026.03.10 13:2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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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봄비가 땅에 스며들면, 겨우내 얼어 있던 논둑과 밭두렁에서 달래와 냉이가 마침내 고개를 내민다. 흙은 물을 머금어 더 무거워지고, 그 위로 봄의 기운이 퍼진다.

 

엄동설한 내내 움츠렸던 어린 풀들은 빗물로 몸을 씻고 목을 축이려 젖은 흙을 밀어 올린다. 소리는 아주 작지만, 살아 있다는 신호는 또렷하다.

 

그런데 그 빗물 속에는 우리가 만든 미세먼지와 중금속이 섞여 있다. 기다리던 봄비가 때로는 생명을 해치는 물이 된다. 그래도 풀들은 그 물을 받아들이며 다시 살 자리를 만든다.

 

도시의 소음이 잠시 잦아든 날, 빗방울은 우리가 지나쳤던 환경 문제를 조용히 드러낸다. 이제는 거창한 구호나 딱딱한 보고서보다 우리 생활 속에서 들려오는 땅의 신호에 더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우리가 더럽힌 물이 생명을 해친다는 걸 알면서도, 왜 이렇게 무심할까. 이제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봄비는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게 한다. 우산을 든 사람은 걸음을 늦추고, 차들은 속력을 줄이며, 장터의 불빛도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숨을 고르고 잠깐 멈춰 서서 발밑의 진흙을 보는 일. 그것은 우리가 잊고 지낸 느리게 사는 시간과 닮아있다.

 

빨리 만들고 쉽게 버리는 생활은 봄나물이 마실 물에 독을 타는 일과 다르지 않다. 오래 쓰고 덜 버리는 습관으로 바꾸는 일은 우리 삶을 지키는 기본이다.

 

물은 사라지지 않고 모습을 바꿔 돌고 돈다. 자원을 쓰는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장바구니 하나를 챙기고, 일회용 컵 하나를 덜 쓰는 손길은 나물과 사람이 마실 물을 다시 깨끗하게 하려는 마음에서 나온다.

 

큰 변화는 늘 이런 작은 실천이 쌓이면서 시작된다. 우리가 내미는 작은 손길이 결국 흙 속 생명들의 숨구멍을 넓힌다.

 

봄나물이 마실 물에 독을 섞어 보내면서 어떻게 공존을 말할 수 있겠는가. 이 질문을 생활의 한가운데에 늘 두어야 한다.

 

비가 그치면 도시는 다시 바빠지겠지만, 빗물이 남긴 흔적은 사라지지 않는다. 흙은 더 단단해지고 공기는 맑아지며, 보이지 않던 생명의 색이 드러난다.

 

눈에 확 띄지 않아도 물길의 방향을 바꾸는 힘, 그것은 오늘의 욕심을 덜고 내일을 준비하는 마음이다. ‘지속 가능한 삶’은 먼 말이 아니다. 독한 비를 맞으면서도 몸을 씻어내며 올라오는 봄나물의 간절함에 우리가 따뜻한 손으로 답할 때, 비로소 푸른 시작은 우리 곁에서 찬찬히 열린다.

 

 

정인자 

‘ESG생활연구소’ 소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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