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국제유가가 이틀 연속 급등하며 3년 7개월 만에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어섰다. 중동 전쟁이 에너지 공급망을 흔들면서 글로벌 원유 시장의 긴장감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5월물은 전 거래일보다 9.2%(8.48달러) 오른 배럴당 100.4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는 101.60달러까지 치솟으며 상승 폭을 키웠다.
브렌트유 정산가 기준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였던 2022년 8월 이후 약 3년 7개월 만이다.
같은 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물도 전장보다 9.7%(8.48달러) 오른 배럴당 95.70달러에 마감하며 100달러선에 근접했다.
유가 급등의 직접적인 배경은 이란의 강경 발언이다.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국영 TV를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지렛대를 계속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동시에 “다른 취약한 전선들을 여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언급하며 전선 확대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에너지 통로다. 이 지역의 긴장이 고조될 경우 글로벌 원유 공급망 전체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여기에 미국의 대응 여건도 유가 불안을 키웠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군이 선박을 호위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밝혀 시장의 긴장을 높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날 월간 보고서를 통해 이란 전쟁 여파로 3월 한 달 동안 글로벌 석유 공급이 하루 약 800만 배럴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유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레이놀즈 스트래티지의 브리이언 레이놀즈 수석 시장 전략가는 “이란은 유가 상승을 통해 미국에 정치적 압박을 가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투자 관점에서 최소 수주 동안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번스타인의 닐 베버리지 애널리스트 역시 “유가를 다시 안정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로 정상적으로 개방되는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에너지 시장의 핵심 변수로 다시 떠오르면서 글로벌 경제 역시 고유가 충격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