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여파…미국산 원유, 글로벌 공급 ‘대체 축’으로 부상

  • 등록 2026.04.17 04:3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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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공급 차질에 미 원유 수출 7개월 최고치
유럽·아시아 정제업체, 미국산 확보 경쟁 심화
WTI·브렌트 가격 격차 확대…수출 유인 커져
“수출 이미 한계 근접”…물류 병목 리스크 부각

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중동발 공급 충격이 글로벌 원유 시장의 판을 바꾸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핵심 수송로가 흔들리자, 미국산 원유가 사실상 대체 공급 축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주 원유 수출은 하루 520만 배럴로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수입과 수출 간 격차는 하루 6만6000배럴로 줄어들며, 2001년 통계 집계 이후 최저 수준까지 좁혀졌다. 이는 미국이 사실상 순수출국에 가까운 구조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흐름은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직접적인 촉매로 작용했다. 이란 전쟁 여파로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기존 중동산 원유에 의존하던 유럽과 아시아 정제업체들이 대체 공급선 확보에 나선 것이다. 그 결과 미국산 원유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급격히 확대됐다.

 

실제 유럽과 아시아로 향하는 미국산 원유 비중도 빠르게 늘고 있다. 에너지 분석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원유 수출의 47%는 유럽으로, 37%는 아시아로 향했다. 특히 아시아 비중은 1년 전보다 뚜렷하게 증가했다. 주요 수입국에는 한국과 일본,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등이 포함됐다.

 

가격 구조 역시 미국산 원유 수출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중동 공급 차질로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간 가격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장거리 운송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미국산 원유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것이다. 유럽 현물 원유 가격은 배럴당 150달러에 근접하며 역사적 고점 수준까지 상승했다.

 

다만 미국의 수출 확대가 무한정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원유 수출 능력을 하루 최대 약 600만 배럴 수준으로 보고 있는데, 이미 현재 수출량이 이 한계치에 근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파이프라인 용량과 유조선 확보 문제가 병목 요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멕시코만 인근에는 수십 척의 초대형 유조선이 대기 중인 것으로 파악되며, 향후 물류 비용 상승 압력도 커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전략비축유(SPR) 활용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중질 원유를 방출할 경우 상대적으로 수출 경쟁력이 높은 경질 미국산 원유 물량을 추가로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번 흐름은 단순한 수출 증가를 넘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구조적 재편 신호로 해석된다. 중동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미국산 원유가 ‘보완재’를 넘어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강매화 기자 maehwa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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