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이 길, 자전거로 달리면 정말 끝내주겠는데요?”
전남 고흥 팔영대교 위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상쾌한 바람과 함께 넓게 펼쳐진다. 거금도와 소록도를 잇는 코스를 따라 바퀴가 돌고, 머리 위로는 고흥우주센터의 전시관이 우주에 대한 상상을 자극한다.
이제, 이런 풍경이 그냥 지역의 자연 자원이 아니라 ‘여행 상품’이 된다. 전라남도가 5월부터 고흥과 해남을 중심으로 본격 추진하는 ‘전남형 자전거 여행’의 이야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처음 추진한 ‘지역 자전거 여행 활성화 공모사업’에서 전남의 두 지역, 고흥군과 해남군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이번 공모는 자전거길을 잘 만드는 데서 끝나는 사업이 아니다. 진짜 의미는 ‘어떻게 달리느냐’보다 ‘무엇을 보고, 어떤 감동을 담아가느냐’에 있다.
고흥군은 ‘블루마린&스타로드 자전거 투어’라는 이름 아래, 해양 경관과 우주 콘텐츠를 결합했다. 소록도, 거금도, 팔영산, 고흥우주센터까지 이어지는 코스는 그야말로 ‘달리는 힐링과 상상력의 시간’이다. 수도권에서 고흥까지 KTX 연계 상품도 개발해, 한 번쯤은 ‘특별한 여행’을 꿈꾸는 도시 사람들의 발길도 끌어올 계획이다.
해남군은 접근 방식을 달리했다. '체험형 미션투어'를 기획해 여행자가 11개 자전거길 중 3개 이상을 완주하고, SNS에 인증 글을 남기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자전거를 타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게임이고, 여행의 성취감이 보상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2박 3일 코스 안에 관광지, 맛집, 숙소까지 포함돼 ‘해남을 제대로 경험하는 루트’로 구성된다.
전남도는 이번 공모 준비 단계부터 두 지자체와 손발을 맞췄다. 단순한 도로 포장이나 시설 확충을 넘어, 민간 전문가 현장평가 시에도 직접 참여해 지역의 매력을 적극 설명했고, 결국 ‘콘텐츠의 완성도’가 최종 선정의 중요한 기준이 됐다.
관광과 레저, 콘텐츠와 지역경제. 이 네 요소가 자전거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묶였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역에 오래 머무르고 싶은 여행지를 만든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심우정 전라남도 관광과장은 “전남의 자전거 인프라와 자원을 연계한 이 사업은 단순한 레저를 넘어서 지속가능한 관광의 모델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역 특화 콘텐츠를 꾸준히 발굴하고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길 위에서 바퀴는 돈다. 고흥은 별을 향해, 해남은 일상을 벗어난 회복을 향해. 남도의 바람과 경관을 담은 ‘달리는 여행’이 이제 막 출발선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