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5월 첫 연휴, 보성군은 봄의 절정을 맞았다. 1만여 명의 마라토너가 초록빛 메타세쿼이아 길을 질주했고, 5만여 명의 관광객이 연분홍 철쭉 능선을 따라 봄빛을 따라 걸었다. ‘제20회 보성녹차마라톤’과 ‘제21회 일림산 철쭉문화행사’가 나란히 흥행하며, 보성군은 다시 한번 ‘대한민국 봄의 심장’임을 입증했다.
지난 3일 열린 ‘보성녹차마라톤대회’는 제48회 보성통합대축제 기간에 개최돼 전국 마라톤 동호인과 가족단위 참가자들로 대성황을 이뤘다. 2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이 대회는 풀, 하프, 10km, 5km 등 4개 종목으로 구성돼 전국에서 몰려든 러너 10,000여 명이 함께 달렸다.
보성강을 따라 펼쳐진 코스와 잘 정비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은 마라톤 성지로서의 명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여기에 케냐 출신 전문 마라토너들이 페이스메이커로 나서면서 경기의 수준을 높였고, 김철우 보성군수와 문금주 국회의원 등 지역 인사들이 직접 참여하며 지역축제의 의미를 더했다.
특히 이번 대회는 예능 '뛰어야 산다'(MBN) 촬영이 병행돼 큰 관심을 끌었다. 마라톤 영웅 이봉주를 비롯해 션, 이영표, 양세형, 배성재, 허재 등 출연진들이 함께 뛰었고, 배우 송일국과 아들 대한·민국·만세 삼형제의 출전은 현장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대회 코스별 상위 5위까지는 상장과 트로피가 수여됐으며, 풀코스 남자 1위는 심진석 씨(2시간 31분 20초 92), 여자 1위는 이정숙 씨(3시간 11분 28초 90)가 차지했다.
한편, 안전한 대회 운영을 위해 보성자율방범연합회, 보성경찰서, 자원봉사 학생들과 여성자원봉사협의회 등 총 480여 명의 인력이 행사장 곳곳에 배치돼 빈틈없는 지원을 펼쳤다.
이광수 보성군체육회장은 “차향 가득한 5월, 보성에서 마라톤을 함께할 수 있어 의미 깊다”며, “앞으로도 도전과 성취, 건강과 소통이 공존하는 스포츠 축제로 키워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마라톤의 뜨거운 열기는 일림산 철쭉 능선에서 이어졌다. 같은 기간(5월 3일~5일) 열린 ‘제21회 일림산 철쭉문화행사’는 5만여 명의 관광객을 끌어모으며 보성의 또 다른 봄 정점을 보여줬다.
해발 667m 일림산은 남해를 조망할 수 있는 명산이자, 국내 최대 철쭉 군락지로 유명하다. 산 전체를 뒤덮은 연분홍 물결은 관람객에게 압도적인 봄빛 풍경을 선사했고, 철쭉 산책길과 어우러진 남해의 푸른 바다 조망은 올해도 ‘봄 여행지 끝판왕’으로서의 명성을 지켰다.
특히, 4일에는 군민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산신제례가 일림산 정상에서 열려 전통과 자연, 지역 공동체가 어우러지는 시간을 만들었다. 행사장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목공놀이, 편백나무 자르기, 차나무 화분 만들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돼 방문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손석의 일림산철쭉문화행사 추진위원장은 “올해는 철쭉 생육 상태가 아주 좋아 더욱 화사한 풍경을 만들었다”며, “일림산 철쭉문화행사가 명실상부한 전국 대표 봄꽃 축제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보성군은 오는 5월 24일과 31일 방영되는 MBN '뛰어야 산다'를 통해 보성녹차마라톤의 현장 열기와 메타세쿼이아 길, 철쭉 능선 등 보성의 봄 경관을 전국에 알릴 예정이다.
전국에서 달려온 1만 명의 숨결, 그리고 5만 명이 함께 오른 연분홍의 능선. 5월의 보성은 달리고, 피고,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