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광주와 대구, 두 도시가 올여름을 앞두고 다시 손을 맞잡는다. 뜨겁기로 악명 높은 도시들이 이번엔 ‘폭염에도 끄떡없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광주기후에너지진흥원과 대구정책연구원, 양 도시의 탄소중립지원센터는 기상청과 함께 오는 5월 29일부터 이틀간 광주에서 ‘제2회 광주-대구 폭염대응 달빛포럼’을 연다. 올해 주제는 명확하다.
이번 포럼은 무더위를 견디는 기술만을 나누는 자리가 아니다.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 장기간의 폭염특보 발효를 겪은 광주와 대구는 기후위기 최전선에 선 도시들이다. 2024년 광주는 열대야 37일(기록상 1위), 폭염일수 37일(3위)을 기록했고, 대구는 57일의 폭염일수(1위), 45일 연속 폭염특보라는 기이한 여름을 경험했다.
이제는 더는 예외가 아닌 일상. 도시가 바뀌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다.
포럼의 문은 IPCC 제6대 의장 이회성 박사의 기조강연으로 열린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라는 주제 아래, 국제 사회의 대응 흐름과 도시의 역할을 조망한다. 이어 대구지방기상청의 2025년 여름철 전망 발표가 예고돼 있다.
3개의 핵심 주제발표도 주목할 만하다.▲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 홍제우 박사는 “기후위기 적응에 남은 시간은 얼마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위기 감각을 공유한다.▲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허보영 박사는 ‘폭염 재난 관리 지원을 위한 상황관리 종합정보시스템’을 소개하며 현장 적용 방안을 제시한다.▲울산대 경대승 교수는 ‘폭염대응시설의 성능과 효과 확보 방안’을 통해 현실적인 인프라 개선책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어지는 심층토론에서는 조선대, 연세대, 한국외대, 대구국제폭염대응포럼 등 각 분야 전문가와 관계기관 실무자가 참여해, ‘폭염 대응 및 기후회복을 위한 광역도시 협력 방안’을 주제로 머리를 맞댄다. 좌장은 이창훈 전 한국환경연구원장이 맡는다.
이번 포럼은 2009년 출범한 ‘달빛동맹’의 연장선에서 기후위기 공동 대응을 위한 심화 모델로 발전 중이다. 지난해 대구에서 열린 제1회 포럼에 이어, 올해는 광주가 개최지로 나섰고, 2026년에는 대구에서 다시 열린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픈형 포럼이라는 점이다. QR코드, 전화, 이메일을 통한 사전 신청으로 누구든 정책의 테이블에 함께할 수 있다. 이 포럼은 기술자와 행정가, 학자만의 대화가 아니라, 도시 전체가 함께 꾸려가는 대응 체계이기 때문이다.
고상연 광주기후에너지진흥원장은 “광주와 대구는 축적된 기상 데이터와 정책 경험을 토대로, 폭염에 강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실질적인 전략을 발굴하고 있다”며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선도적 대응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여름, 또 얼마나 뜨거울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폭염은 더 이상 기후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생존 전략이 됐다. 광주와 대구는 그 답을 찾기 위한 실험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