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음석창 기자 | 곡성의 5월이 장미 향으로 가득 찼다. 지난 25일 막을 내린 ‘제15회 곡성세계장미축제’는 올해도 섬진강기차마을 일대를 장미빛으로 물들였다. '장미로 물드는 하루, 올데이로즈!'라는 주제에 걸맞게, 축제는 낮과 밤을 아우르는 입체적 구성으로 25만여 명의 발걸음을 불러모았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변화는 ‘밤’이었다. 꽃과 음악, 영화가 어우러진 밤의 축제장이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냈다.
곡성군이 처음 선보인 ‘로즈시네마’는 많은 이들의 발길을 밤에도 머물게 했다. 공연이 끝난 후 비워지던 중앙광장을 무대로 탈바꿈시켜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야외 상영회를 연 것. 첫 작품으로 선택된 영화는 고전 명화 ‘로마의 휴일’. 장미꽃 사이, 탁 트인 야외 광장에서 울려 퍼진 오드리 헵번의 웃음소리는 어느 공연장 못지않은 감동을 선사했다.
군 축제 관계자는 “야간 프로그램을 더 풍성하게 만들고 싶어 로즈시네마 아이디어를 꺼냈다”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부부나 연인들이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이 낭만적인 장면은 사진보다 선명한 추억으로 남았을 것이다.
축제장은 장미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의 손길로 더욱 풍성해졌다. 지역 예술단체와 주민이 함께 꾸민 개막 퍼레이드, 45개 예술동아리가 무대를 채운 ‘곡성풍류’, 새마을회와 청년회의소의 자원봉사까지. 곡성의 얼굴들이 곳곳에 있었다. 공연장에서는 브라스밴드의 버스킹과 함께 고화질 영상이 어우러진 메인 무대가 “지역 축제가 이렇게까지?”라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또한, 한국관광공사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개발한 캐릭터 ‘로지프렌즈’는 이번 축제를 통해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팝업스토어부터 ‘로지프렌즈를 찾아라’ 이벤트까지, 어린이와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도 환영을 받았다. 인생네컷 부스에서는 장미를 배경으로 한 사진이 수없이 인화되며 또 하나의 기록을 남겼다.
축제가 끝난 지금도 곡성 섬진강기차마을의 장미공원은 여전히 개화율 100%를 자랑한다. 수억 송이 장미가 선명한 빛깔로 피어 있어, 축제가 끝난 뒤에도 “이슬 맺힌 아침 장미를 보러 다시 오겠다”는 관람객들의 말은 단순한 인사가 아닌 약속처럼 들린다.
곡성군은 이번 축제를 통해 야간 콘텐츠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단지 낮의 꽃을 넘어, 밤의 감성을 담은 축제로 한걸음 더 나아갔다. 장미는 낮에만 피지 않는다. 곡성의 밤, 그 속에서 장미는 더 짙은 향기로 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