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주 7일 배송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택배 노동자들의 생명이 또다시 위협받고 있다. 국내 1위 택배사인 CJ대한통운은 추가 인력 투입 없이 전국적으로 주 7일 배송 체제를 강행했고, 그 결과 폭염 속에서 택배기사들이 잇따라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한국노총 택배산업본부에 따르면 이달 초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 3명이 일주일 사이 숨졌다. 이들은 모두 최고기온 38~40도에 달하는 폭염 속에서 장시간 근무한 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업계에선 단순한 ‘폭염 사망’이 아니라, **기업의 구조적 방치와 책임 회피가 빚은 ‘예고된 죽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분류작업도, 배송도…줄지 않는 노동 강도”
CJ대한통운은 주 7일 배송 확대를 내세우면서도 정작 택배현장의 구조는 전혀 개선하지 않았다. 배송뿐만 아니라 분류작업까지 택배기사가 떠안는 이중고는 여전하다.
2021년 택배사들은 분류작업에서 택배기사를 배제하기로 합의했지만, CJ대한통운은 분류 인력 대신 노무비용만 지원하며 사실상 합의를 무력화했다. 그 비용조차 본사가 아닌 각 대리점에 전가해, 현장에 실질적 인력 충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현장 기사들은 “합의 이후에도 바뀐 것은 없다”며 “본사는 비용을 피하려 하고, 우리는 매일 쓰러질 듯한 노동 강도에 시달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모범 사례는 따로 있다”…CJ와 대조되는 쿠팡·컬리
CJ대한통운뿐 아니라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도 분류인력 투입에 인색하기는 마찬가지다. 초기엔 본사가 분류 인력을 지원했지만, 곧 비용 부담을 대리점으로 돌리며 인력 공백이 다시 커졌다. 이들 역시 책임 회피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반면 쿠팡로지스틱스와 컬리는 분류 전담 인력을 직접 고용해 택배기사의 업무 강도를 분명히 낮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윤 논리에만 매몰되지 않은 구조 개편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CJ대한통운 “일부 사실 아냐”…노동계 “본질 회피”
CJ대한통운 측은 "폭염으로 근로자 보호에 유의할 시점이지만, 사망 원인 중 일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이를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려는 태도로 보고 있다.
한 택배업계 전문가는 “사망 사고를 단순히 날씨 탓으로 돌릴 수 없다”며 “CJ대한통운은 인력 충원도, 업무 관리도 외면한 채 무리하게 경쟁에 나섰고, 그 대가를 노동자가 목숨으로 치르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송 경쟁’보다 시급한 건 생명 보호
폭염 속 택배기사의 죽음이 반복되는 가운데, CJ대한통운을 비롯한 전체 택배업계가 책임 있는 조치와 인력 충원, 근로환경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주 7일 배송이 소비자 편의만을 위한 ‘착한 서비스’가 되기 위해선, 그 이면에서 희생당하는 노동자의 존재부터 외면하지 말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