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현1구역 재개발 비리 추적②] 유국형 전 조합장, 대법원 판결 한 달 앞두고 왜 사라졌나

  • 등록 2025.07.11 17: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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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장 유국형, 항소심 선고 앞두고 돌연 사퇴… 퇴직금 5천만 원 수령 후 두문불출
무이자 보증금 1,000억 몰래 상환, 은평구청은 알고도 ‘합법’이라 둘러대
20년 전에도 억대 금품 수수… 과거 비리 전력 드러난 유국형 전 조합장
조합·롯데·구청의 삼각 커넥션 의혹… 조합원 고소에 사법당국 수사 착수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2023년, 갈현1구역 재개발조합장 유국형 씨는 시공사 롯데건설에 수의계약 특혜를 준 혐의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위반으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90만 원을 선고받았다. 자격정지 기준인 100만 원 미만으로 조합장직은 유지됐다.

 

 

그러나 지난해 4월 25일, 항소심 선고를 불과 한 달 앞두고 유 씨는 조합장직을 돌연 사퇴한다. 그리고 한 달 보름 뒤인 6월 13일, 항소심에서 벌금이 150만 원으로 상향 선고돼 조합장 자격을 상실했고, 9월 13일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며 형이 확정됐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조합 내부 정보와 법률 리스크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던 차명심(조합장 직무대행자) 씨가 유 씨에게 “벌금이 100만 원을 넘으면 퇴직금도 몰수된다”며 사퇴를 권유했고, 유 씨는 이 조언에 따라 사퇴 후 5,000만 원의 퇴직금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 차 씨는 조합장 직무대행을 맡아 사실상 조합을 장악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2020년 5월 시공사 선정 당시 롯데건설이 제시한 1,000억 원 무이자 입찰보증금이다. 롯데는 이 자금을 조합이 사업비로 전환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입주예정일 전날까지 상환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이 조건은 총회 의결을 거쳐 시공사 선정의 결정적 이유가 됐다.

 

하지만 단 한 달 만인 2020년 7월, 이 보증금은 조합 총회도 거치지 않은 채 전액 상환됐다. 관련 기록은 자금 입출금 내역서의 ‘시공사입찰보증금상환 1,000억’ 한 줄로만 존재한다.

 

그 후 조합은 손실보상금 지급 부족을 이유로 롯데캐피탈에서 연 6% 고금리로 700억 원을 차입했고, 불과 1년 만에 이자 및 수수료로 약 55억 원을 낭비했다. 무이자 자금을 조용히 반환하고, 고금리 자금을 빌린 셈이다.

 

지난해 8월, 한 조합원이 은평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무이자 보증금 300억 원을 유이자 차입으로 상환한 것은 명백한 총회결정 위반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에 대해, 구청은 처음엔 “총회 의결과 다르게 상환됐다”고 인정하고 조합과 롯데에 시정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조합원들이 “나머지 700억도 같은 방식으로 불법 상환된 것 아니냐”며 항의하자, 구청은 갑자기 입장을 바꿔 “1,000억 전액이 합법적으로 상환됐다”고 말을 바꿨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의 면담은 철저히 거부됐다.

 

그 와중에 조합원들은 오래된 자금 내역서에서 2020년 7월, 입찰보증금 1,000억 전액 상환 내역을 뒤늦게 발견했고, 이는 조합과 롯데가 사전 결탁했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재개발 전문 나도연 변호사는 “도정법 제45조는 자금의 차입, 상환방식, 이자율 등을 총회에서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규모의 자금이 총회 의결 없이 은밀히 상환됐고, 이를 알고도 방조한 행정기관이 있다면, 이는 업무상 배임은 물론 행정청의 직무유기·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유국형 전 조합장이 20년 전에도 억대 금품을 받은 전력이 있다는 점이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2005년 서울지방경찰청 조사자료에 따르면, 그는 당시 정비사업 추진위원장 신분으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 S사로부터 2003년~2005년까지 총 1억 6,300만 원을 받았다.

 

구체적으로는 매달 500만 원씩 18개월간 총 9,000만 원을 받았고, 별도로 사무실 보증금 명목으로 7,300만 원을 본인 명의 통장에 수령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유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물론 이 사건은 공소시효가 지나 현재는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유 씨가 과거에도 정비업체와의 금전 거래에 연루됐던 인물이란 점에서, 지금의 조용한 자금 상환과 퇴직금 수령, 그리고 실종까지, 그 모든 행위의 도덕적 정당성은 무너진 셈이다.

 

현재 유 전 조합장과 차 씨는 조합원들로부터 도정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된 상태다.

 

조합 자금 수천억 원이 이들의 손을 거쳐 움직였고, 의결 없는 자금 흐름과 일방적 행정 묵인은 여전히 '진행 중인 사건'이다. 과거에도 받고, 지금도 받고 있는 자들이 아직도 권한을 쥐고 있다는 사실이 시민사회의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탐사보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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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팀 안내 및 제보 요청]

본지는 본 기사와 관련해 유국형 전 조합장과 차명심 직무대행자에게 서면 질의를 발송하고 입장을 요청했으나, 마감일까지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갈현1구역 재개발과 관련된 자금 내역서, 회의록, 녹취, 내부 자료를 보유한 조합원과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여러분의 용기가 진실을 밝힙니다.

 

제보 전화: 010-5757-8785(지이코노미 탐사보도팀)

 

 

 

문채형 기자 moon11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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