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포스코가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사우디 아람코의 플랜트 증설 사업에 HIC(수소 유발 균열 저항) 강재를 납품하며 유럽 철강사의 독점 공급 체제를 깨뜨렸다. 이로써 포스코는 고부가가치 에너지 강재 시장에서 기술력과 신뢰도를 동시에 입증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이번에 강재가 투입된 ‘파드힐리 가스 플랜트 증설 사업’은 아람코가 기존 가스 처리 설비의 용량을 약 1.6배 늘리는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다. 이 사업에서 아람코는 기존보다 훨씬 높은 품질 기준을 요구했으며, 포스코는 이를 충족시키며 납품에 성공했다.
포스코가 공급한 HIC 강재는 극한 환경에서 사용되는 석유·가스 플랜트, 압력용기 등에 활용되며, 특히 수소 유발 균열에 강한 저항성을 지닌 고난도 소재다. 아람코는 국제 규격(NACE TM0284)보다 엄격한 품질 시험과 인증 절차를 운영해왔고, 지금까지는 유럽 철강사들이 이 시장을 독점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포스코가 세계 9개 철강사 중 하나로 아람코 인증을 획득하면서,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플랜트용 HIC 강재를 아람코에 공급하게 됐다. 기술력과 생산 품질, 납기 대응력까지 모두 인정받은 셈이다.
이로 인해 제작사까지 국내 중심으로 재편됐다. 당초 유럽 제작사가 검토되던 배관과 압력용기 부문은 포스코 강재 공급을 계기로 현대스틸파이프, 세아제강, 범한메카텍, 태광 등 국내 기업들이 수주에 나섰다. 후방산업의 기술력이 전방산업과 연계돼 수출 효과를 배가시킨 것이다.
포스코는 이번 성과를 계기로 고관세, 보호무역주의가 지속되는 국제 정세 속에서도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판로를 확장하며 ‘초격차 전략’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다양한 글로벌 고객사와의 협업을 통해 국내 제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강화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