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고흥군이 “가고 싶은 곳”을 넘어 “살고 싶은 고장”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평가가 지역 안팎에서 힘을 얻고 있다.
바다·땅·가정이라는 일상의 세 영역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이어지며, 군민이 체감할 변화가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이번 성과는 단발 호재가 아니라, 생활 기반을 다져 지역의 체력을 서서히 끌어올리는 흐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 남열항 지구, 100억 들여 어촌 활력 회복… “바다 곁 삶의 안정부터 챙긴다”
고흥군은 해양수산부가 주관한 ‘2026년 어촌신활력증진 어촌 회복형 공모사업’에 영남면 남열항 지구가 최종 선정되며 총 100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했다. 확보된 재원은 국비 70억, 도비 9억, 군비 21억으로 구성됐으며, 2026년부터 4년간 단계적으로 투입된다.
남열항·용암항·우암항 일대는 그동안 태풍 내습 시 방파제 기능 미흡, 물양장 파손, 진입로 협소 문제 등 주민 불편과 안전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고령 어민 비율이 높은 지역 특성상 “파도만 높아도 불안한 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생활형 안전 사각지대’로 지적됐던 곳이다.
이번 사업에는 방파제 연장 및 보강, 물양장 확장과 증고, 어항 정비, 진입 도로 확충, 마을복지센터 조성 등 생활 인프라 보완이 포함됐다. 시설 정비에 그치는 형태가 아니라 정주환경 개선과 어촌 공동체 회복을 함께 엮은 사업 구조라는 점에서 이전과 차별성을 보인다.
신대식 해양개발과장은 “어업 기반 강화와 더불어 어촌마을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까지 병행해, 주민이 다시 모이고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 유자 향으로 물든 화합의 장… 친환경 농업인 1,000여 명 고흥에 모였다
바다에 이어 농업 분야에서도 고흥의 존재감이 드러났다. 지난 6일 고흥유자축제장에서 열린 ‘2025 전남 친환경농업인 어울마당’에는 전남 22개 시·군에서 모인 친환경 농업인 1,000여 명이 참석해 열기를 더했다.
행사는 전남친환경농업협회 주최, 고흥군친환경농업협회 주관으로 열렸다. “수확의 계절, 지구를 지키는 농부들의 축제”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교류의 장을 넘어 지속 가능한 농업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정책적 의미도 담겼다.
행사에서는 친환경농업 유공자 표창 및 감사패 전달, 시·군별 친환경 농산물·농자재 전시, “OK! NOW, 전남 친환경농업 우리가 선도한다!” 구호 퍼포먼스, 판로 확대와 수출 전략 논의 등이 이어졌다.
전남은 전국 친환경농업 인증 면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친환경 농업 1번지’로 불린다. 이번 어울마당이 고흥에서 열린 데에는 유자·감귤·블루베리·쌀 등 고흥 농산물의 청정 이미지와 친환경 농업 확산 흐름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농업인 사이에서는 “친환경 농업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라며, 기후위기 시대에 농업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깊었다.
여기에 공상권 고흥군 농업정책과장은 “친환경 농업은 농가 소득뿐 아니라 지역 브랜드 가치까지 함께 키우는 길”이라며 “고흥 농산물이 가진 경쟁력을 살려, 소비지와 해외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농업 기반을 다져가겠다”고 밝혔다.
■ 4년 연속 우수기관, 돌봄 신뢰도 굳건… “아이 키우기 좋은 고흥” 초석 다져
돌봄 분야에서도 고흥의 활약은 존재감을 톡톡히 드러냈다.
이번엔 “아이 키우기 좋은 고흥”이라는 말에 힘을 실어줄 만한 성과다.
고흥군 가족센터가 전라남도 아이돌봄지원사업 실무자 워크숍에서 도지사 우수기관 표창을 받았다. 이로써 가족센터는 4년 연속 우수기관, 2년 연속 여성가족부 장관상이라는 ‘믿고 맡기는 돌봄기관’ 타이틀을 굳혔다.
지역에서는 “아이 돌봄은 고흥처럼만 하면 된다”는 반응도 나온다.
아이돌봄서비스는 맞벌이, 한부모, 갑작스러운 질병 등으로 돌봄이 비는 가정을 위한 정책이다. 3개월부터 12세까지 아이들에게 아이돌보미가 직접 방문해 아이 눈높이에 맞춘 1:1 돌봄을 제공한다.
농촌 특성상 갑작스러운 돌봄 공백의 부담이 큰 만큼, 부모들에게는 든든한 ‘생활 밀착형 지원’이다.
고흥군은 최근 늘어난 농촌 맞벌이·귀촌 가구 흐름에 맞춰 아이돌보미 역량 강화 교육, 심리·정서 지원, 돌봄 품질 관리 시스템 개선 등 돌봄 환경에 공을 들여왔다. 아이돌보미들이 “돌봄 도우미가 아니라, 아이의 성장을 함께 돕는 동반자”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세심하게 다듬어온 것이다.
지난 10월 31일에는 지역 아이돌보미 60여 명이 함께한 ‘아이돌봄서비스 화합 한마당’도 열렸다. 긴장 풀고 웃으며 서로의 경험을 나눈 자리였다. “돌봄 인력이 곧 지역의 자산”이라는 말이 공감으로 이어진 시간이었다.
이와 관련해 정혜경 고흥군 여성가족과장은 “아이 키우는 가정이 안심할 수 있어야 지역이 살아난다”며 “돌봄 종사자에 대한 지원과 서비스 품질 관리를 지속 강화해, ‘아이 키우기 좋은 고흥’이라는 평가가 현실이 되도록 세심하게 챙기겠다”고 말했다.
■ 공영민 군수 “생활 속에서 먼저 느끼는 변화… 군민 체감 행정이 기준”
공영민 군수는 세 분야의 성과에 대해 “어촌 정주환경 개선, 친환경 농업 가치 확산, 아이돌봄 품질 강화는 결국 군민의 삶과 맞닿아 있는 핵심 과제”라며 “작은 변화라도 군민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어야 진짜 행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흥이 ‘잠시 스치는 여행지’가 아니라, 머물고 싶고 아이 키우기 좋은 곳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도록 현장을 세심하게 챙기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예산 확보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정책이 생활 속에서 작동하도록 끝까지 챙기겠다는 의지가 담긴 발언으로 읽힌다.
어촌 활력 회복, 지속 가능한 농업 기반 구축, 돌봄 공백 해소.
서로 다른 분야에서 출발한 정책들이 결국 하나의 지점을 향하고 있다. ‘삶의 질 향상’이라는 방향성이다.
이번 행보를 두고 지역에서는 “바다·들판·가정의 변화가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마을 주민은 “예전엔 지원이 와도 티가 잘 안 났는데, 요즘은 생활 속에서 바뀌는 부분이 하나둘 보인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어촌 재정비–친환경 농업–돌봄 환경은 지방 소멸 시대에 지역이 안고 있는 가장 현실적인 과제들이다. 정주여건, 소득 기반, 육아 환경이라는 ‘세 축’이 움직여야 지역이 유지되고 성장할 수 있다. 이번 성과가 의미 있게 평가되는 이유도 이 지점에 있다.
고흥군이 이 흐름을 꾸준히 이어간다면, “살고 싶은 고흥”이라는 표현은 더 이상 수사나 희망적 기대가 아니라, 현장에서 확인되는 변화의 결과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말이 아닌 체감의 시대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